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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상욱, “상혁아 넌 무조건 잘할거야”…동갑내기 두 선수를 키운 ‘이곳’ [파리2024]
오상욱·우상혁, 대전 ‘운사모’ 장학생 출신
경제적 어려움 겪는 유망주 선발해 지원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상욱(왼쪽)과 대회 개회식 한국 남자 기수로 선정된 육상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오른쪽)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서로 중학교 때부터 알았죠. 장학금도 같이 받았었고요. 우상혁 선수는 무조건 잘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최초로 2관왕에 오른 오상욱(28·대전시청)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의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지난 4일 취재진에게 한국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28·용인시청)을 언급하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둘은 10년 넘게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펜싱과 높이뛰기 종목에서 각각 최정상급에 오른 오상욱과 우상혁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이들은 대전 체육계의 지원으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전의 비영리 장학단체인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운사모)’이 이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운사모는 2009년 대전시 교육청 장학사였던 이건표 씨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운동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설립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대전시로부터 비영리 장학단체로 승인받았다. 운사모는 초·중·고등학교 운동선수 가운데 후원이 꼭 필요한 선수 10여명을 선발한 후 매달 장학금을 2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운사모 장학생으로 메달리스트의 꿈을 키워나간 오상욱과 우상혁은 어엿하게 성장해 현재 매달 후원금을 납부하는 회원이 됐다.

2011년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운사모)’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오상욱이 운사모 인터넷 카페에 남긴 글.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 카페 글 캡처]

오상욱은 친형을 따라 펜싱을 시작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중도 하차할 뻔한 경험이 있다. 그때 오상욱의 지도교사는 운사모를 이끄는 이건표 회장에게 ‘이 친구는 세계적인 선수가 될 아이다. 장비가 고가인데 도와달라’며 연락했고 운사모는 후원을 결심했다.

최근 오상욱이 운사모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운사모 인터넷 카페에 남겼던 글도 화제다. 오상욱은 해당 게시글에 ‘운사모 장학생으로 뽑히게 된 후 더 운동을 즐기며 재미있게 하고 있다’, ‘펜싱으로 시상하게 된 모든 시합들의 좋은 소식을 알리겠다’ 등의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성장한 오상욱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올림픽에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우상혁도 오상욱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교육청을 찾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상혁을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하며 “눈빛이 살아 있었던 선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훌륭한 체육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던 윤종형 코치에게 우상혁을 만나볼 것을 제안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윤 코치는 우상혁의 은사로 실업팀까지 같이 가 호흡을 맞췄다.

우상혁이 2011년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인터넷 카페에 남긴 글.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 카페 글 캡처]

우상혁은 오상욱과 2011년 운사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 역시 운사모 인터넷 카페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실의에 빠져있을 때 장학생으로 선발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좋은 소식으로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미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 2m35㎝를 보유한 우상혁은 친구 오상욱에 이어 메달 사냥에 나선다. 우상혁의 이번 대회 첫 점프는 오는 7일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오후 5시 5분) 예선전부터 시작된다. 예선전에서는 출전 선수 31명 가운데 상위 12명에 이름을 올려야 결선 진출권을 얻는다.

앞서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의 훈련과 경기 출전은 모두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준비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라도 더 높이 뛰고 싶은’ 열망으로 삭발도 했다. 군인 신분으로 출전했던 도쿄 올림픽 때보다 더 짧은 머리로 우상혁은 파리에서 비상할 계획이다.

an@heraldcorp.com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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