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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7월 금리동결 대가 치른다”…미국發 ‘R 공포’에 코스피 2600선도 무너졌다 [투자360]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에서 불거진 경기 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 쇼크와 인공지능(AI) 주가 거품론까지 불거지면서 미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도 2600선이 무너졌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를 반영하면서 2거래일 연속 2% 넘게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44포인트(3.08%) 하락한 2,593.75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21.15포인트(2.71%) 내린 758.18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홀로 호황’을 누려왔던 미국 경제의 침체 신호가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된 모양새다.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가 지난 1일(현지시간) 2.3% 급락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에도 2.4% 떨어진 1만6776.16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 하락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9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4000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첫째 주간(25만8000건)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7월 실업률까지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시장은 뒤집어졌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시장 전망(17만5000건 수준)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경기 침체 우려 공포에 이틀 연속 패닉셀링(Panic selling)에 약세를 기록했다”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위험회피(Risk-off)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선 미국 경기침체의 가늠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삼의 법칙(Sahm Rule)’이 발동됐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기준 삼의 법칙 지표는 0.53%포인트(p)다.

이 법칙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경우 미국 경기침체를 제대로 가리켰다. 이 법칙을 지난 2019년 정립했던 클로디아 삼 연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삼의 법칙이 들어맞았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최근 노동시장의 단면은 침체로 가는 길과 일치한다”며 “이런 초기 경고 신호는 추가적인 증시 약세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지수 하락을 부추긴 이유로 손꼽힌다.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실었다. 인텔은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15% 감원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2분기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외에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 인상 단행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 확대와 중동 지정학적 위기, 트럼프 트레이드 등 여러 악재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악재로 손꼽힌다.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아닌 인하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에 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스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세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금리 인하를 너무 늦게 한 정책 실기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도 “그들(연준)이 실수했다. 금리를 몇달 전에 내렸어야 했다”고 했다.

문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패닉셀’의 여파가 5일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에만 101.49포인트(3.65%) 내리며 지난 2020년 3월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6월5일(2689.50)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미국발 ‘R의 공포’에 ‘AI 거품론’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시총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 반도체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이 컸던 점도 지난 2일 급락세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일에만 삼성전자 주가는 4.21% 하락하면서 지난 2020년 6월 15일(-4.59%) 이후 1509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무려 10.4% 떨어지며 지난 2011년 8월 18일(-12.24%) 이후 4733일 만에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경제는 견조하기 때문에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 지출 증가와 재고 증가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실업률 또한 예전보다 올라갔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은 단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며 7월 고용지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 심리가 단기간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여진은 불가피하지만, 기회를 포착해야할 시점이란 의견도 국내 증권가에선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가시성은 여전히 낮으며, 지난주 충격은 과도하다”면서 “경기 침체의 가시성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현재 시점의 경기 침체 공포가 선반영된 지수대에서 트레이딩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는 2600~262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것이란 예상도 이 연구원은 내놓았다.

이어 “경기 침체 공포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9월 금리 인하, 연내 3회 금리 인하 가능성이 지속된다면 증시엔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600~2620포인트를 1차 지지선으로 상정한다”면서 “낙폭과대 업종 중에서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반도체, 조선 ▷금리상승 부담 완화 기대되는 바이오 ▷밸류업 모멘텀이 작용하는 금융 섹터를 중심으로 분할 매수 대응하는 전략이 대안”이라고 짚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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