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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니 신약 비쌀 수밖에” 심사 받는데만…59억원 들어간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바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다. FDA 허가를 통과해야 미국 시장 내 제품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FDA의 심사를 받는 수수료만 내년부터 60억원을 내야 할 판이다. 앞으로 출시될 신약들의 가격은 더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최근 이슈브리핑을 통해 미 식품의약국(FDA)의 2025년 회계연도 허가심사 수수료(Use fee)를 공개했다. 기간은 오는 10월부터 2025년 9월 30일까지다.

FDA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미국 보건후생부 산하 기관으로 1906년에 설립된 독립 행정기구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뿐만 아니라 수입품과 일부 수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관리하는 규제 기관이다.

FDA 본사 모습. 로이터 [헤럴드DB]

FDA는 매년 인플레이션, 심사 신청건수, 제조시설 수, 심사자 고용 및 유지비 등을 감안해 이용자인 기업으로부터 받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즉 FDA 허가를 위해서는 기업이 허가심사 수수료를 내고 심사를 받는다. 의약품 분야는 전문의약품, 제네릭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4개로 나눈다.

이 중 가장 비싼건 전문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다. 회계연도 기준 지난 2024년 전문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는 404만달러로 처음 400만달러를 넘었다. 그런데 내년에는 이보다 6.45% 증가한 431만달러로 책정됐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59억원이다.

이어 바이오시밀러 수수료는 147만달러(약 20억원)로 책정됐다. 2024년보다 무려 44.4%나 올랐다. 제네릭의약품과 의료기기는 각각 27.5%, 11.8% 인상된 32만1920달러(약 4억4006만원), 54만783달러(약 7억4000만원)로 확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글로벌 진출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곳”이라며 “수수료가 비싼 건 사실이지만 FDA 허가 없이는 미국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철저히 준비한 뒤 심사를 신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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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는 이렇게 들어온 돈을 전문 인력 고용과 첨단 장비 도입 등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DA는 허가 기관이면서도 컨설팅 업무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 비싼 수수료를 받는 대신 임상 성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지, 앞으로 제출해야 할 자료 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등을 꼼꼼하게 알려준다고 한다.

이런 고비용의 심사 수수료는 신약들의 가격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FDA 허가를 받는 약 중에는 초고가 치료제들이 적지 않다. FDA는 지난 5월 영국제약사 오차드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렌멜디’를 허가했다. 이 치료제 가격은 425만달러(약 58억원)로 책정됐다. 이에 앞서 4월 허가한 화이자의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베크베즈’의 약값도 350만달러(약 48억원)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의약품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심사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신약의 허가 수수료는 800만원대로 FDA 심사수수료와 무려 700배나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FDA 수수료가 부담은 되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대신 FDA는 임상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앞으로 필요한 임상 자료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알려줘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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