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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인형·길고양이도 노래로…유라 “새로움·따뜻함 모두 주고파” [인터뷰]
지적인 언어ㆍ몽환적 음색의 아이콘
오는 9~10일 ‘싱크넥스트24’ 출연
“굳혀있던 신념과 음악이 유연해져”
싱어송라이터 유라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모래성의 침몰이야, 구운 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가 돼, 귀퉁이 옆만 더 걸어가자, 영원을 약속한 화원을 지나, 바람이 지난 자리만, 그늘을 알 수 있을까?”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 중)

“그 혹은 그녀, 사는 동안 내 입가에 가장 많이 불린 이름, 불안의 몸집을 눕혀 사랑을 변주했다네.” (‘그늘 덮개’ 중)

노래는 문학이 됐다. 단호한 명사들을 감각적으로 조합한 문장들이 암호처럼 쏟아진다. 직설을 가장한 은유는 온전히 ‘유라의 언어’가 된다. 몽환적인 음색 위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누군가의 귓등에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2018년 데뷔해 어느덧 7년차. 지난 시간 싱어송라이터 유라(youra, 31)의 위치는 독특하게 자리했다. 특별한 음색의 차세대 보컬리스트로 주목을 받았고, 음색만큼 강력한 문장으로 직조한 음악은 유라의 생명력이 됐다. 그가 가는 곳마다 기꺼이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이 따라 나서는 이유다.

싱어송라이터 유라 [세종문화회관 제공]

유라가 세종문화회관 여름 축제인 ‘싱크넥스트24’를 통해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8월 9~10일, S씨어터) 콘서트를 연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의 수상 곡인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가 담긴 음반과 동명의 타이틀로 함께 하는 공연이다.

유라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은 그간 내가 지향해온 음악과 이야기처럼 관객 스스로도 정립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공연은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티켓 오픈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한 것이다. ‘싱크 넥스트24’에 올라가는 총 10개의 공연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유라와 세종문화회관의 조합은 낯설 수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 ‘싱크 넥스트24’의 취지에 맞는 주인공이다. ‘싱크 넥스트’는 동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장르의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흘러가는 것에 대해 유의미하게 정의하고, 감각하는 모든 것을 내 식으로 표현한다”며 “그저 ‘살아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느끼는 바를 글과 음악으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라는 표현에 대한 완곡한 부정이다.

싱어송라이터 유라 [세종문화회관 제공]

유라는 사운드클라우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다 2018년 015B의 ‘나의 머리는 녹색’을 공동 작사, 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시간이 지나며 그의 음악도, 마음도 달라지고 있다.

그는 “환영에 지나지 않았던 꿈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며 “대중에게 커다란 감사함을 느낀 뒤로는 어떤 가치로 어느 방향을 향해서 달려가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다. 굳혀있던 신념과 음악들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지적인 노랫말은 유라 음악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그의 독특한 음색과 노랫말은 서로를 잘 아는 단짝 친구처럼 어우러진다. 마치 서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아 모든 곡들의 완성도가 높다. 그에겐 모든 날, 모든 시간이 영감의 원천이다. 사랑, 우정 등 대중음악의 대표 주제가 색다른 노랫말이 되고, 버려지는 인형이나 길고양이와 같은 낯선 소재도 노래가 된다. ‘그리움’을 키워드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의인화한 노래(‘미미’)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메타포들이 육성으로 머릿속으로 튀어 올라요. 실은 제겐 전부 유기적으로 이어진 것들이라고 생각돼요. 어떤 이야기는 너무 빨리 지나가서 뜻이 없어질 때도 있고요. 전형적이고 뻔한 것이 주는 안도감에서 탈피하고 싶기도 하지만, 때로는 편안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 유라 [세종문화회관 제공]

문학성 짙은 노랫말을 담아내다 보니 팬들 사이에선 유라의 ‘독서 리스트’를 향한 궁금증도 많다. 최근 유라가 본 책은 난민 출신의 여성 작가 아들라야 페터라니의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다. 작가의 자전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조국 루마니아를 탈출한 곡예사 가족의 이야기를 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렸다. 소외된 삶, 소수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작품이다.

유라는 “3일 전 책을 완독하고 ‘열등 인간이 없다’는 메모를 했다”며 “작가가 끓이고 있는 뜨거운 폴렌타를 그릇 가득 마신 포만감으로 상상했다. 어릿광대의 삶은 너무나도 혹독했지만, 그 속에서 얻는 깊은 통찰이 존재하는 책”이라고 했다.

‘싱크 넥스트24’를 통해 선보일 이번 무대는 독특하다. 블랙박스 공연장을 ‘런웨이형 스탠딩’ 무대로 꾸민다. 주류 반입도 가능하다. 성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정한 별도 텀블러(335ml)를 구매하는 경우에 한해 지정된 주류를 마시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유라는 “궁극적인 본질은 호흡과 공존”이라며 “관객과 무대의 물리적인 거리 뿐만아니라 정신적인 교감도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유라 [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엔 유라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한다. 밴드 만동, ‘오래된 정원’·‘유라의 운빨 로망스’ 등 여러 플랫폼에서 ‘찐친 케미’를 보여준 카더가든(8월 9일), 오존(8월 10일)과의 무대도 기다리고 있다. 유라의 음악적 변화를 이끈 밴드 만동은 모든 공연에 출연한다. 유라는 “만동과의 작업에선 독특한 변주와 무형적인 형태가 느껴진다”며 “그들과 함께 작업한 이래로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라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특별한 시선으로 보편적 정서를 담는다. 그 안에서 건네는 위로의 손길를 마주하면 좀처럼 다시 놓기가 힘들다.

“정서적으로 긍정의 키워드를 잃고 싶지 않아요. 어떤 영역으로 (청중에게) 닿을진 모르겠지만, 따뜻함,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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