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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5 지원자도 10명 내외…의료계 “당분간 의료공백 해소 없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에도…빅5 지원자 한 자릿수
지방병원 더 심각…47곳 중 절반이 0명 또는 1명 지원
의료 현장 시름 깊어져…2030년 되어야 의료 정상화
정부, 전공의 없는 병원에 대비해 의료개혁 추진 속도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수련병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으나 ‘빅5’ 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더 이상 내놓을 정책이 없다’고 언급했고, 의료계에선 ‘당분간 의료공백 해소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126곳은 전날 오후 5시까지 하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을 진행했다. 총 7645명을 모집했으나 지원한 전공의는 아예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빅5 병원의 경우 모집인원은 2883명이었지만, 지원자가 5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 159명, 레지던트 32명 등 총 191명을 모집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인턴 3명, 레지던트 2명 등 총 5명만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 총 714명을 모집한 세브란스병원 역시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총 521명을 모집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지원자가 10명 내외였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수련병원을 산하에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총 1017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레지던트 14명에 불과했고 인턴은 없었다. 정부가 기대한 지방병원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전공의 이동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더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 수련병원 7곳에는 지원자가 단 1명뿐이었다. 지방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절반가량에서 지원자가 없었다고 한다.

정부는 전공의 병원 이탈 초기 “선처는 없다.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실제로는 5개월 동안 마지노선만 6차례 제시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난달 8일에는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면서 수련 특례까지 약속했으나 정부가 제안한 마지막 마지노선인 지난달 15일까지도 복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수련병원들이 지난 22일부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빅5 병원조차 지원자가 없어 전공의 채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인쇄물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

의료계 안팎에서는 애초에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무관심한 데다가,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저조한 지원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복귀한 전공의들의 실명이 올라온 텔레그램방이 개설되면서 폐쇄적인 의사집단 내 ‘낙인찍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더구나 일부 의대 교수들이 하반기 복귀 전공의에 대한 지도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복귀를 고민했던 전공의들이 선뜻 지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가 들어와도 교수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데, 전공의들도 최소 1년은 쉬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 대부분이 하반기 미복귀를 택하며 의료공백이 연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2030년이 넘어야 의료공백 사태가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으면서 의료현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현장은 진료와 수술을 대거 축소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전공의들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재차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전공의 없는 병원’에 대비해 의료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5∼15% 감축하는 등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환자 비율을 줄이고, 전문의와 PA 간호사를 활용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질 자체를 바꾼다는 전략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상황과 맞물려 정책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상황”이라며 “1차 의료개혁 방안을 8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왔을 때 종전처럼 과도한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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