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와 관련해 투기적 수요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당부했다고 한다.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고 받고 실수요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지만, 투기로 인한 집값 과열은 안된다며 엄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출규제 방침과 주택공급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과열 조짐의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29일 이른바 ‘로또청약’ 접수 인원 폭주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된 것은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을 보여준다. 확실한 공급대책과 투기 차단 조치가 적기에 시행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로또청약’은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커 당첨 즉시 수억~수십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아파트청약을 일컫는다. 청약홈 접속 대란은 서울 서초 반포동과 양천 신정동, 경기 화성 동탄 등 청약 일정이 한 날에 겹치며 일어났다. 접속 폭주로 대기만 수백시간(수십일)에 대기자만 수백만명이라는 메시지가 뜨며 아예 홈페이지가 불통이 되는 사태가 하루종일 계속됐다. 부동산원은 이에 접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했는데, 접속 장애로 마감 시한을 변경한 것은 2020년 2월 청약홈이 오픈한 이후 처음이다. 일부 청약은 당첨시 즉시 수억~수십억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도, 기대 차익이 워낙 커 접수 희망자가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로또청약’ 대란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전망에 대한 극도의 우려와 불안심리다. 이날 평범한 서민들조차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권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자위로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마우스를 눌렀다. 그렇다면 현금이나 여유 자산을 보유한 층을 중심으로는 이미 상당한 ‘투기심리’가 형성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1년 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2021년 부동산가격 폭등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통계치도 나온 마당이다. 한국은행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p) 오른 115로 2021년 11월(116)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나온 모든 지표가 집값 상승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7월 넷째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2%포인트(p) 더 오른 0.30%를 기록해 지난 2018년 9월 0.45% 이후 약 5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수백만명이 동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로또’ 같은 아파트 청약에 매달리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이상 징후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