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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광물 전쟁…‘자원부국’ 몽골에서 길을 찾다
8월 27일, 한·몽 미래전략포럼 개최
몽골 수출액 중 한국 비중은 2% 불과
경제안보 강화 위한 파트너 구축 필요
강성진(왼쪽) 고려대 교수와 정태용 연세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열린 몽골 포럼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5년 전인 2019년 7월 1일,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때부터 국내선 본격적으로 핵심 광물 등 공급망 다양화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제대로 키우겠다며 ‘K소부장’ 육성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급망 위기 대처에 나섰다.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그사이 더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하면서 자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

최근 5년 사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라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이 극심해졌고, 세계 각국은 핵심 광물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특히 배터리 5대 핵심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를 캐기 위해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한국 역시 광물, 소재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가 높으므로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 있다.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가량 떨어진 몽골이다. 한국과 정서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경제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은 몽골이지만 교역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은 몽골의 제4위 무역 대상국이다. 하지만 몽골의 전체 수출액 비중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심지어 몽골이 한국에 수출하는 물품도 석탄, 방직용 섬유 등인 반면 중국에는 석탄, 구리, 아연, 석유, 철광석 등 핵심 광물을 수출하고 있다. 몽골의 주요 수입국 수치를 봐도 한국은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몽골 전체 수입 규모에선 4.9%밖에 구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과 몽골의 학자, 공무원 및 기업가들이 모여 ‘한·몽 미래전략포럼’을 출범했다. 민간 차원의 교류를 통해 에너지 자원 등 분야에서 경제발전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처음 서울에서 열렸고, 내달 27일 2회 행사가 울란바토르에서 열린다.

행사를 앞두고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는 몽골과 교류를 주도하고 있는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와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좌담회를 24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열었다.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몽골 지도. [게티이미지뱅크]
왜 이제서야 몽골인가

두 전문가는 ‘왜 이제서야 몽골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한국이 만든 스마트폰, 자동차 등 상품을 판다는 관점에서 보면 몽골은 그간 진출 대상 국가가 아니었다”며 “인구도 350만명에 불과하고, 경제 수준도 낮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경제안보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현재, 몽골과 자원개발, 생산기지 등을 협력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인적 교류를 넓힐 정서적인 환경이 조성된 점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정 교수는 “인구 160만명의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한국 식당이 200여개나 있다”며 “한국식 배달문화까지 정착시켰고, 한류 콘텐츠인 K-Drama, K-Pop 등 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몽골이 한국에 정서적인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한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식당과 카페, 빵집, 편의점을 쉽게 볼 수 있다. 편의점의 경우 CU 395개, GS25 277개 등이 있다. 이마트도 4개 매장을 갖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도 많다. 한국에 입국한 몽골 노동자 규모는 5만3000명(2022년 12월기준)으로 몽골 전체 인구의 약 2%에 달한다.

지정학적 기회도 있다. 강 교수는 “몽골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한 지 30여년이 됐지만 여전히 접경지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제3국과 교류를 늘리고 싶은 몽골을 한국 입장에선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니라 경제 파트너로 접근할 때”라고 했다.

결국 몽골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미래전략을 수립할 때라는 지적이다.

아무도 모르는 자원보유량

몽골은 광물 및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세계 10대 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약 7배, 남한의 16배로 세계에서 19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인구는 적은데 영토는 넓으니 개발 여력은 많지만 인프라 부족, 기후 환경 등으로 아직 정확한 자원 매장량이 파악되지 않았다.

강 교수는 “핵심 광물 중에선 희토류, 우라늄 매장량이 많아 협력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태양광, 풍력 등 그린에너지 분야도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선 양국은 광물 자원 분야에서 ‘몽골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자본·기술’을 결합하는 형태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국 정부 주도의 초기 투자도 불가피하다.

정 교수는 “수도 울란바토르의 경우 빠른 개발로 여전히 물, 전력 부족을 겪고 있다”며 “인프라가 미비하다 보니 민간기업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인프라 개발과 관련한 공기업이 함께 진출해야 한다”며 “자원탐사부터 시작해 한·몽골이 함께 장기 마스터 플랜을 계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공적개발원조(ODA)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강성진(왼쪽) 고려대 교수와 정태용 연세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열린 몽골 포럼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넘어야 할 산, 물류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모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기업의 진출 역시 드물다.

교류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로는 지리적 문제가 있다. 몽골은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로 육상 교역이 접경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을 어떻게 실어 오느냐 문제가 있다.

강 교수는 “몽골과 한국이 직접 교역이 어렵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은 분명”이라며 “단기 무역은 어렵지만 장기 관점에서 현지에 공장을 만들어 직접 생산까지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광물 채굴과 1차 가공은 물론 항공 운송을 위한 공항 증축 등 사회기반시설(SOC)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이를 통해 희토류 등 채굴권을 확보하는 대신 인프라 투자를 하는 식으로 경제안보 체제를 구축해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부가가치가 높은 광물이나 상품들은 항공 운송이 가능하다”며 “혹은 유라시아 진출을 위한 물류, 생산기지로 몽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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