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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역대급 ‘대미 흑자’...트럼프 집권땐 ‘무역 압박’ 빌미로
작년 車·반도체 중심 대미 수출 역대최대
트럼프, 동맹 겨냥 “약탈하게 두지 않을것”
“대미수출 증가는 현지투자 급증 등 영향”
전문가, 대미 소통·설득 작업 중요성 강조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액이 역대 최대를 경신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무역 압박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전격 사퇴로 미 대선이 혼돈에 빠져들면서 대미 통상 문제를 둘러싼 지형학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 쇠락한 공업지대)를 기반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향한 무역 압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한 28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대미 흑자는 우리의 전체 흑자 231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대에 달해 역대 최대였던 작년의 444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부터 우리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대미 흑자 확대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대미 수출이 급속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흐름은 작년 하반기부터 뚜렷해지고 있다. 월간 대미 수출은 작년 12월 20여년 만에 대중 수출을 앞질렀고, 이후에도 대체로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 중이다.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도 작년보다 16.8% 증가한 643억달러로, 대중국 수출(634억달러)보다 많았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가 작년보다 28.9% 증가한 190억달러로 수출액이 가장 많았고, 반도체(45억달러), 자동차부품(41억달러), 석유제품(27억달러), 컴퓨터(18억달러), 배터리(16억달러), 기타 기계류(15억달러), 원동기 및 펌프(12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대미 수출 호황, 이에 따른 대미 무역 흑자 확대는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국 중심 통상정책 등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와 함께 민감하게 여기는 전력망, 통신망, 항만 인프라 등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 점도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전체적인 수출 호조는 내수와 투자 정체 속에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3% 증가한 가운데 순수출의 기여는 0.6%에 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미 흑자 확대가 자칫 한국을 향한 무역 압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는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한국의 대미 흑자에서 약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다른 나라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이용해왔다. 소위 우리의 동맹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그렇게 했다”며 사실상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국에 자동차 수출을 많이 하는 동맹을 겨냥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제시한 ‘2기 집권 청사진’에서 1기 정부 때 이상의 미국 중심의 고강도 대외·산업·통상 정책 등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7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미국의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152억달러(약 21조원) 감소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입장에선 대(對) 한국 무역적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21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되지 않았던 우리나라는 2022년 9위(439억달러·이하 미국 기준)로 10위권에 들었고, 지난해에는 8위(51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한국은 다시 캐나다를 제치고 7위(285억달러)에 올랐다.

이에 대미국 무역흑자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업종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정조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이차전지·반도체 등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정책도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디리스킹’ 기조하에 동맹국 중심 공급망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초점을 맞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자국 내 공급망인 ‘온쇼어링(on-shoring)’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근거였던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자체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많이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적 측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긍정적인 측면을 쉽게 찾기 힘들 정도로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말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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