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에도 ‘보호무역 강화’ 방침 시사
트럼프 대세론에 글로벌 금 가격 오름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밴앤델 아레나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과의 첫 합동 행사이자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이후 처음이다. [AFP] |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사회는 ‘트럼프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통상 압박이 고조되고 감세와 고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 등 주요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하면서 ‘트럼프 2.0’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을 살리고 다시 강한 나라로 부활시키기 위해 일하겠다”면서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을 되살려 해외에 뺏긴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며 “과거에 나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릴 것”이라며 보호무역과 이민자 통제, 화석연료 부흥, 해외 분쟁 종결 등을 약속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의 고율 관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은 “오직 미국에서만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나라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이용해왔다. ‘우리의 동맹’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그렇게 했다”며 동맹국에도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21%로 낮춘 법인세율을 15%로 더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근로자를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도 내세웠다. 특히 팁(Tip) 세금 면제를 언급하며 “내가 집권하던 시절 최대 규모의 감세”라고 밝혔다. 취임 첫날 남부 국경을 봉쇄해 불법 입국자의 미국행을 차단할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미국 CBS 방송은 ‘트럼프노믹스’를 뒷받침하는 관세와 감세, 반이민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월가 경제학자의 의견을 인용해 전했다. 매체는 “전문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가 결국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며 “법인세 인하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학자는 이민자 추방으로 저임금 노동력 공급이 줄어 고용주로 하여금 고임금을 지불하도록 유도해 또 다른 가격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6월 공개한 보고서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인플레이션이 올해 3.0%에서 2025년 3.6%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헤지(hedge·방지) 수단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2488.4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는 1년 전보다 26% 뛴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금리인하 기대감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로 금값은 오르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90t으로 2000년 이후 1분기 집계로는 최고치였다. 중앙은행의 매입 규모는 전체 글로벌 금 수요의 약 23%를 차지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분석가 베르나르 다다는 FT에 “미국과 중국의 적대적인 관계가 중앙은행이 달러 대안을 찾아 금을 사들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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