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유럽·중동 군비 증강 수혜…조선, 中 견제 반사이익
AI發 전력 수요 급증에 원전 각광…SMR도 미래 먹거리
[AP, 연합, HD현대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어느 해보다 활발한 해외 수주 소식에 따른 실적 호조를 기반으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 효과까지 더해진 중후장대(重厚長大)주가 대도약의 한 해를 맞이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올 들어 주요 중후장대주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돋보이는 섹터는 ‘방산’이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기준가 대비 전날 종가까지 방산 섹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상승률은 118.07%(12만4500→27만1500원)에 이른다. 6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주가가 2.2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77.01%(13만500→23만1000원), 58.83%(2만6600→4만2250원)씩 올랐다.
세 종목의 연중 최저가 대비 최고가까지 상승률은 보면 강세는 더 두드러진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상승률이 각각 130.29%, 120.88%였고, 현대로템도 71.46%를 기록하면서다.
방산 만큼이나 조선 섹터 주요 종목들의 강세도 뚜렷했다. 한화엔진의 상승률이 55.98%(9790→1만5270원)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46.48%), 삼성중공업(+42.84%), HD현대중공업(+31.01%), HD현대(+27.49%), 한화오션(+21.31%) 등의 순서로 뒤따랐다.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팀코리아’ 멤버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등 주요 원전주도 올 들어 주가가 각각 32.08%(1만5900→2만1000원), 32.05%(6만2100→8만2000원)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지점은 주요 방산·조선·원전주가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체코 원전 수주 소식에 타오른 투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2만5000원), 한전기술(9만8100원) 등 원전주는 전날 장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조선주 HD현대중공업(17만5000원)과 삼성중공업(1만1380원),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28만8500원)가 전날 장중 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하루 앞서 지난 17일엔 HD현대(8만2500원)·HD한국조선해양(18만4000원)·LIG넥스원(24만9000원)이, 15일엔 현대로템(4만4900원)이 장중에 신고가를 찍었다.
방산·조선·원전주의 주가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린 공통적인 이유는 바로 수출 강세를 통한 견조한 업황 덕분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주요 방산주의 수출 파이프라인이 건재해 2분기에도 호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방산 5사(LIG넥스원·현대로템·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의 2분기 합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5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6% 증가한 4411억원으로 추정한다”면서 “지정학적 불안 지속으로 K9 자주포와 같은 범용 무기가 각광받고, 전차와 군용기 등은 시차를 두고 계약이 확대되는 등 기업 간 차별성이 줄어드는 구간”이라고 짚었다.
조선주 강세는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해상운임의 강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대형 해운사의 선박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선박 발주 기대감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친환경 선박 전환과 노후선박 교체 수요가 여전한 점도 호재다. 염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완성기에 진입하면서 살아남은 조선업체들의 수주잔고는 늘고, 살아남은 기자재 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은 상승 중”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1998년 기준 전 세계 선박 건조가를 100으로 보고 이후 선박 가격 비교한 지표)는 지난 12일 기준 187.78로 올해들어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80을 넘은건 직전 ‘슈퍼사이클’ 시기인 2008년이다.
원전주 강세는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끈 인공지능(AI) 랠리와 연결돼 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은 AI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AI의 장기적 성장성을 고려할 때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조선·원전주 모두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관련 섹터란 점에서도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방산·조선주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중동 등 과거 미국 동맹·우방국의 방위비 인상과 무기구매 증가의 직접적 수혜 섹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과 협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소진한 무기 자원을 벌충하기 위해 한국 등 역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조선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 조사를 조 바이든 현 미국 행정부가 개시했고, 트럼프 당선 시에도 견제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산 선박 비선호 현상으로 한국 조선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는 한화그룹, HD현대중공업 등이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서며 화석연료 관련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이란 예측은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선 추가 발주로 이어지며 국내 조선주엔 긍정적 재료가 될 것이란 분석도 증권가에선 나온다.
이 밖에 집권 2기 공약 패키지인 ‘어젠다(Agenda) 47’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에 투자해 원자력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도 원전주의 중장기적 주가 오름세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