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왼쪽)와 구하라의 휴대전화 등이 담긴 금고를 훔친 범인의 몽타주. [SBS 캡처]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가수 고(故) 구하라의 자택에서 금고를 훔쳐 간 범인의 몽타주가 공개됐다.

22일 SBS 탐사 보도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구하라 금고 도난 사건’ 용의자의 몽타주를 공개했다.

2019년 11월 24일 사망한 구하라. 그 후 두 달 뒤인 2020년 1월 14일 자정 무렵 한 남성이 서울 청담동 구하라 자택에 침입해 고인의 휴대전화 등이 보관된 금고를 훔쳐 달아났다. 용의자는 벽을 타고 2층 베란다를 통해 자택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족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약 9개월간의 수사 끝에 사건은 잠정 종결됐다. 그러나 최근 BBC뉴스코리아의 다큐멘터리로 과거 구하라가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데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금고 도난 사건이 재조명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을 특정했다. 이에 따르면 범행 당시 범인은 왼쪽 귀에 귀걸이를 착용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이었으며, 근시 교정용 안경을 착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얼굴형은 갸름하고, 코는 오뚝한 편이다. 신장은 170㎝ 후반 정도에 건장한 체격이다. ‘몽타주 전문 수사관’으로 불렸던 정창길 전 형사는 범인에 대해 “턱이 길고 광대뼈가 조금 돌출됐다”고 묘사했다.

용의자가 면식범이 아닌 범행을 사주받은 청부업자 혹은 심부름센터 관계자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범인은 구하라 자택의 디지털 도어록으로 침입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구하라 자택에 설치된 도어록에는 열감지 센서가 있어 손바닥으로 화면을 넓게 접촉해야 숫자판이 나타나도록 설정돼 있었으나, 범인은 숫자판을 활성화하지 못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문이 열릴 거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며 “비밀번호를 알고 있거나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았지만 좌절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비밀번호는 알고 있었으나, 도어록 사용 방법을 몰랐던 탓에 현관문 출입에 실패하고 이후 2층으로 침입했다는 것이다. 표 소장은 “돈을 받고 행하는, 돈만 받고 받은 대로 자기 일만 해주고 그 이외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심부름센터, 청부를 주로 맡아서 행하는 이런 사람도 있다”며 용의자가 면식범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고 안에 있던 구하라의 휴대전화는 현재 유족이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씨는 당시 금고 안에 편지, 계약서, 소속사에서 정산받은 서류, 집 등기권리증, 약 6대의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구씨는 구하라가 숨진 뒤 가사도우미로부터 ‘만일을 대비해 유서를 작성해뒀다’는 말을 전달받고, 도둑이 들기 전 금고를 먼저 열어봤다고 한다. 다만 구하라의 휴대전화가 아이폰인 탓에 비밀번호를 여태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금고가 있던 구하라의 옷방에 명품 옷과 시계 등이 다수 보관돼 있었지만, 용의자는 집을 뒤진 흔적 없이 오직 31㎏짜리 금고를 들고 사라졌다고 전했다. 표 소장은 이에 대해 “금고 자체가 원래부터 목적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단순 절도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