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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 차주에 불리” 중도상환수수료 폐지 대신 합리화 ‘가닥’
금융당국 “폐지 어렵다” 판단
폐지땐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
당국, ‘실비용’ 반영 합리화 추진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개편방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요구하는 ‘폐지’대신 ‘합리화’를 추진하기로 한 데는 서민과 취약차주에 대한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 중도상환수수료 폐지가 되려 대출금리 인상을 유발해 대출을 빨리 상환할 수 없는 저소득 차주들의 빚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TF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를 검토했지만,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현실적으로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중도상환수수료를 폐지할 경우 은행들이 중도상환 리스크에 대한 관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금리나 감정평가수수료, 근저당설정비 등 대출 관련 각종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중도상환수수료 폐지 시, 손실보전 위해 대출금리 더 오를 수=중도상환수수료는 중도상환에 따른 대출이자 손실 보전과 대출 관련 각종 행정·모집비용 충당을 위해 부과하는 수수료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대출일로부터 3년 내 상환시 부과 가능하도록 규정돼있다.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로 연 300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는데, 폐지시 수입에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다. 조기상환에 따른 만기 미스매치로 커질 수 있는 자금운용 리스크도 부담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폐지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대출금리나 각종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빚을 빨리 상환하지 못하는 차주들에게만 그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면 목돈이 있는 차주는 수수료 부담 없이 조기 상환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차주는 더 비싸진 대출이자를 장기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중도상환수수료 폐지시 중도상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자금을 더 운용하지 못하고 조기상환에 대비해 대기시켜야 한다”며 “자금운용 제한에 따른 손실을 메우려면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결과적으로 일반 금융소비자, 특히 저소득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금소법 개정해 중도상환수수료 기준 세우기로=금융당국은 다음 달까지 중도상환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및 관련 모범규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합리적 기준이나 은행별 영업 특성 고려 없이 주택담보대출은 1.2~1.4%, 신용대출은 0.6~0.8%로 획일적으로 부과하던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손질, 대출 취급에 따라 실제 발생하는 필수적 비용만 반영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변동금리·단기대출 상품에는 실제 발생하는 비용 외에 이자비용 반영을 제한하고, 대면·비대면 가입채널 간 모집비용 차이를 반영하도록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은행 내 동일·유사 상품으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경우 대출실행비용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부분도 수수료 합리화 방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해외 사례도 다양하게 참고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변동금리는 대출실행 행정비용만 반영하도록, 고정금리는 대출실행 행정비용에 이자비용을 반영하도록 중도상환수수료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별 업무원가 등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를 정액제 또는 정률제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대상 축소·차주별 차별화 등 합리화=금융권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대상을 대출일 3년 내 상환 대출에서 대출일 1년 내 상환 대출로 축소하거나, 차주별 특성, 상품종류 등을 감안해 세분화·다양화된 수수료 부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금소법에 따르면 중도상환수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인데 예외 조항으로 은행이 대출일로부터 3년 내 상환되는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이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상환수수료와 대출금리는 중도상환 리스크를 반영해 결정되는데, 중도상환수수료를 폐지하면 한 집에 오래 거주하며 대출을 장기간 상환하려는 차주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보다 차주별 상황에 맞게 적합한 대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가계부채 지원 6법 가운데 교육세 및 출연료 등을 제외한 대출 가산금리 구성항목 공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도 가산금리 산정체계 공개는 은행의 영업기밀을 밝히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강승연·홍승희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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