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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과 싸우자는 것인가, 의사 집단휴진 철회 마땅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곧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전체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환자들의 절규는 커져만 간다. 의사들이 일을 안하면 수술·진료 일정 변경 등 업무를 떠안아야 되는 병원 직원·간호사들도 우려가 크다. 이쯤되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과 싸우자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정부의 의료 개혁 반대가 아니라 국민의 보건의료·건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위협으로 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

5대 상급 종합병원(‘빅5’) 의대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17일부터, 연대의대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다. 연세의료원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도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면 휴진에 동참키로 했다. 의협은 개원의 중심 단체로 18일엔 각급 병원이 모두 휴진할 수도 있다. 의대교수들은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취소를, 의협은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협과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 행위로 보고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92개 환자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휴진과 무기한 휴진 결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오는 18일 의료계 집단휴진이 현실화되면 ‘빅5’에서만 외래 환자 약 4만여명의 진료가 미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많게는 하루 평균 100~200건인 대형 병원의 수술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병원 직원·노조들도 집단 휴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노조는 의사의 집단행동이 “최악의 오판”이라고 했고 분당서울대병원노조는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고 했다. 주요 병원 간호사·직원·노조는 의사 휴진으로 인한 일정 변경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엔 정부의 잘못도 크다. 의대증원부터 의료계 설득, 유사시 비상의료체계구축까지 의료개혁의 설계와 시행, 갈등 조정을 어느 하나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대증원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반대하고, 환자 생명을 볼모로 집단 행동을 하는 의사들엔 어떤 명분도 없다. 다행히 분만 병의원과 아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은 집단 휴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와 국민을 우선한 결정이다. 그 뜻을 새겨 의협과 의대교수들도 휴진 계획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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