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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선 성공 모디, '기적의 시대'를 열 것인가 [배리 아이켄그린 - HIC]

배리 아이켄그린

세계 경제가 필사적으로 성장 엔진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제2의 중국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중국이 수십 년간 한 자릿수 후반의 GDP를 기록했던 것처럼 이제는 인도가 장기간 한 자릿수 후반의 성장을 보일 거라는 얘기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가 세계의 일터(workshop)가 될 수도 있다. 애플의 인도 내 아이폰 생산 확대 결정이 증명하듯 인도가 부상하면 전 세계 공급망 유지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인도는 중국의 뒤를 이어 수억 명을 가난에서 구출하고 세계의 신흥 중산층에 한몫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에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의 수출 기계(export machine)가 세계적인 소비 기준을 끌어올릴 것이다.

3선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경제 성장을 우선시해 왔다. 모디 총리의 의욕적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은 주요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투입물을 공장으로, 그리고 최종 산출물을 시장으로 운반하는 운송의 어려움을 완화했다. 한편 전력 생산과 통신의 신뢰성이 개선되면서 소프트웨어, 백오피스(Back-office) 서비스, 고객지원 서비스 수출이 확대되는 길이 열렸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을 탈피해 다각화를 꾀하는 기업이 인도를 찾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기업만 따져도 인도의 제조·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150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기업 하기 힘들기로 악명 높은 나라에서 이제는 완전한 온라인 기업을 창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비용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해 주어야 하는 금융기관의 의무를 비롯한 디지털 금융을 통해 과거 은행에 접근할 수 없었던 수백만 명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도 시중 은행과 인도중앙은행(Reserve Bank of India)이 설계·운용하는 즉시결제 시스템 UPI(Unified Payments Interface)는 소기업의 거래 용이성을 높이고, 초보 기업가에 대한 미소금융의 문턱을 낮췄다.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의 결과적 집합체인 “인디아 스택(India Stack)”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통합 디지털 플랫폼이다. 인도 기업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있다.

그러니 인도에 대한 낙관론이 만연하다. 그러나 과연 인도가 중국의 경제적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요소도 있다. 우선, 외부 환경이 과거 수십 년간 중국이 겪었던 것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관세와 생산 보조금을 이용한 산업정책이 다른 국가에서 속속 다시 유행하고 있다. 가령 크라이슬러, 시트로엥, 피아트, 그리고 지프 같은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최근 인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스텔란티스가 인도에서 생산을 늘리고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면, 중국산 전기차 수출에 부과되는 것과 동일한 100% 관세를 물어야 할 지도 모른다. 자국 내 전기차 생산을 진작하려는 미국의 산업정책을 저해하기는 스텔란티스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수출에서 이런 식의 보호주의적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작다. 미국의 서비스 부문 고용은 지리적으로 편중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팔래치아, 중서부 등 여러 지역이 불균형적으로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겪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서비스에도 인공지능(AI)이라는 똑같이 감당하기 힘든 역풍이 불고 있다. 현재 인도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코딩의 상당수를 앞으로는 AI가 가져갈 것이다. AI 기반 봇(Bot)이 이미 인도 콜 서비스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 AI의 고용 창출과 고용 파괴 효과에 대해 더 많은 것이 밝혀질 때까지는 인도의 서비스 부문이 팽창할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와 동일하게 인도의 서비스 부문 확대에는 공급 측면의 제약도 존재한다. 15~19세 인구의 고등학교 취학률은 34%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 시장 진입자는 코더(Coder)와 콜센터 직원이 되기 위한 기술과 교육이 부족하다.

이는 서비스 부문만으로 한 자릿수 후반의 GDP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음을 재차 상기시킨다. 인도의 성장에는 서비스와 제조라는 두 개의 기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총고용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간신히 25% 정도인 데다 이마저도 점점 하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제조 분야의 고용률 하락은 인도가 열망하는 지위인 중소득국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하지만 세계무역 성장률이 낮아진 현 상황에서 인도의 제조 부문 고용률은 과거 중소득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것보다 훨씬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제조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역시 교육과 훈련을 받은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도 비교적 낮은 인도의 고등학교 취학률과 졸업률이 걸림돌이 된다.

결과적으로 인도 노동력의 절반 정도가 여전히 농업과 생산성 낮은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타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반 대중을 성공적으로 교육함으로써 그들을 생산성 낮은 농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탈피시킬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자. 인도는 이제 막 그 길로 들어섰을 뿐이다.

15~19세 인구의 고등학교 취학률이 3분의 1에 그친다는 사실은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인도 중산층의 크기를 제한한다. 이는 다시 상품 내수 시장의 성장을 제한한다. 이런 식으로 소비와 수출 모두 성장 전망이 제한된 상태에서 인도의 산업 생산량에 누가 수요를 공급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제조 부문이 자본재 쪽으로 쏠리면서 이것을 인프라 및 설비투자에 투입할 수도 있다. 중국이 수년간, 이 전략을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고성장 시기 중국의 GDP 대비 투자 비율이 통상 40%를 초과했던 사실을 떠올려 보라.

그러나 그런 높은 투자율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의 저축률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저축률은 훨씬 낮은 GDP 대비 30% 수준이다. 이는 인구의 상당수가 근근이 살아가고 있으며 저축하기 힘든 형편이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인도가 국외 차입을 통해, 다시 말해 저축 확대를 위해 외국자본을 활용함으로써 투자율을 높일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자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자본은 갑자기 말라붙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997~8년 한국의 경험을 기억하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이 이 길을 택하기 주저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외부 금융 중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형태다. 인도도 FDI 유치에 얼마간 성공하기는 했다. 언급했듯이 애플이 폭스콘과 손잡고 인도 최남단 타밀나두 주(Tamil Nadu)에 생산설비를 신설하기로 했고, 인도 여러 도시에 실제 매장도 열었다. 순수한 금융투자의 경우 문제가 일어날 조짐만 보여도 즉시 발을 빼기 쉽지만, 애플과 같은 물리적 투자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 FDI에서 인도의 비중은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 인도는 FDI를 놓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라질, 멕시코, 그리고 폴란드와 점점 더 경쟁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같은 제조라인을 건설하려는 나라들이다. 당국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민감 부문에서 외국인 소유 지분에 제한을 걸고 있다. 이런 민감 부문에서는 기존 플레이어들이 강력한 보호주의 로비를 펼치고 있다. 인도 정부의 무역협정 체결 진행 과정은 더디기만 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어 놓고 있다.

이 마지막 문제들은 정치적 의지가 충분한 만큼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 이수 수준 개선 등 다른 문제는 해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인도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가장 빨리 성장하는 G20 국가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인도가 중국이 “기적의 시대(Miracle Years)”에 일군 한 자릿수 후반의 높은 성장률에 필적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heral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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