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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감 높아진 ‘민희진 vs 하이브’…“K-팝 위해 거국적 결정 내려야”
민희진 어도어 대표 2차 기자회견
‘경영권 사수’ 위해 새 판 짜기
진실공방 피로감 높아진 때에
‘화해 요청’으로 ‘신의 한 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이브와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지난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업계 안팎에서 피로도가 높아져 가고 있던 때에 하이브에 ‘화해’를 청한 것이다. 민 대표가 현 상황에서 둘 수 있는 ‘최고의 수’였다. 거대 엔터사의 내홍에 지쳐가는 상황에서 던진 제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봉합해야 할 때”라고 의견이다.

두 시간에 걸쳐 이어진 기자회견의 핵심은 ‘하이브와의 타협’이었다. 그는 “화해를 제안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하다. 제 입장에선 제가 싸움을 일으킨 게 아니지 않냐”고 분명히 말했다.

이날 그는 “이 싸움이 누구를 위한 분쟁이고, 무엇을 얻기 위해서인지 모르겠다”며 “누굴 힐난하고 비방하는 것은 이제 지겹지 않냐.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타협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가처분 결정=의혹 해소? “누명 벗어 홀가분·배임건 인정 안 될 것”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자신의 말로는 그 때는 “3일간 씻지도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엔 ‘승소’ 이후 해임 위기에서 벗어난 탓에 표정도 밝았다.

민 대표는 앞서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사유나 사임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인용 판단을 내렸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할 경우 200억원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

그는 “죄가 있냐 없냐를 떠나 누군가 문제 제기를 먼저 하면 상대방은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가처분을 냈다”며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어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화해 제안’도 이렇게 나왔다. 민 대표의 입장에선 그동안의 ‘오해’가 풀렸으니 다시 잘해보자는 것이다.

민 대표는 법원의 결정을 ‘경영권 탈취’ 의혹의 해소로 봤지만, 하이브의 입장은 다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증거로 내세운 카카오톡 대화나 메모에 대해 앞서 “농담이고 사담이었다”고 했다. 이날도 회견 이후 “어떤 부분은 농담이었고, 어떤 부분은 사담이었으며, 그런 것들이 다 섞여있었다. 하이브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간의) 이견이 있는데 하이브에 강력하게 이야기해야 할 부분도 있고 우리의 카드로 갖고 싶어 타진했던 이야기도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일축해서 ‘모든게 농담이고 사담이었다’고 하면 내가 또 거짓말쟁이가 된다. 개인 카카오톡이기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이 민 대표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모색’ 과정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나아가진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민 대표의 이러한 모색은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이브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판단을 수용한다면서 이러한 법원의 판결문을 인용,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6월 2일)까지 서울용산경찰서에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 역시 아직 취하하지 않았다.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 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원이 배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고발 건에 대해서 조사를 받으며 설명할 것”이라며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한 피고발인 조사는 가야한다. 하지만 그건 (인정) 안 될 거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경영권 방어전 “프로듀싱과 경영 분리 안돼…나 경영 잘해”

“툭 까놓고 저도 힘들죠.”

하이브와의 동거가 민 대표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민 대표가 강조한 것은 “뉴진스와 어도어를 위한 대의적 판단”이다. 화해의 제스처 이면에 ‘대표직 사수’를 위한 결의가 담긴 만큼 민 대표는 경영자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부각했다.

뉴진스를 통해 거둔 성과를 언급하며 그는 “경영인은 숫자로 말해야 한다”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경영인으로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민 대표는 자신이 경영자로서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도 인정했다. 그는 “지난번 기자회견에선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달아 막말을 많이 했다. 평소에 그렇게 막말을 하겠냐. 멀쩡하게 있을 땐 멀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과 투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난 투자나 M&A에는 관심도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경영에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프로듀싱과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을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경영은 업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역량을 부각하며 민 대표는 굳이 하이브를 입밖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내면엔 하이브의 경영 시스템은 물론 성과를 내지 못한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 앞서 기자회견 당시 언급한 박지원 하이브 대표의 경영성적표에 대한 실책까지 암시했다.

그는 “전문 경영인이라는 말에 속아 그들이 굉장히 전문적이라 생각하지만, 전문이라는 것은 해당 영역에 대한 이해와 소화가 기본이 돼야 한다”며 “엔터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 변수가 많고, 감정이 극대화됐을 때 마음이 동해 성과도 리스크도 크다. 열애설 한 번에 주가가 출렁이는 것이 엔터업이다. 그 많은 리스크의 감당을 위해 20년간 업계에서 느꼈던 것은 프로듀싱과 경영은 분리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이브가 엔터업계 종사자 출신이 아닌 기업 경영 분야 경력자들을 대거 배치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민 대표가 이날도 뉴진스는 물론 멤버들의 어머니와의 돈독한 관계를 강조한 것도 대표로서의 경영권 유지는 물론 팬심 대통합을 위한 발언이었다.

민 대표는 “(승소 이후) 다 난리가 났었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우린 다 만났을 거고, 아무튼 저한테는 너무...”라며 뉴진스 멤버들과의 깊은 관계를 언급했다.

특히 그는 “어제 (뉴진스) 엄마들도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어머니들이 내가 극단적 선택이라도 할까 봐 매일 전화해서 밥을 먹었냐고 물어오곤 한다”며 “엔터 업계에서 나와 뉴진스 부모님 같은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부모님들한테 모든 것을 다 오픈했다. 전화 통화를 한 두시간 씩 하면서 사소한 것까지 다 얘기하다 보니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의 가정사를 다 알 수밖에 없다. 멤버들만 돈독한 게 아니라 그들의 동생, 언니, 오빠들과도 친하다”며 “하이브가 이런 관계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민 대표 편에 서있는 것은 물론 그의 입에서 뉴진스 멤버들을 향한 깊은 애정이 묻어나자 팬덤 버니즈는 “뉴진스가 민희진 대표와 함께 하길 원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뉴진스. [어도어]
‘화해 요청’ 속내는? 대표직 사수…공동대표 시나리오는?

민 대표의 화해 요청은 대체로 쿨해 보였다.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그만 끝내자”, “하나하나 잘잘못 따지고 싶지만 안하겠다”, “(내가) 한 수 접을테니 그쪽도 접어라”라는 표현이 이번 화해 요청을 민 대표의 ‘양보’처럼 보이게 했다. 게다가 “뉴진스를 위해 조금 더 어른의 마음으로 생각해보자”며 “기분 나쁘다고 ‘그만둘래’ 하면 망가지는게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 대표의 화해 요청은 법원에서 ‘첫 승’을 거뒀지만, 고립무원의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다. 기자회견이 있던 날 오전 열린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는 유임됐으나, 그의 최측극인 어도어 이사 두 명은 교체됐다. 이번 가처분 신청이 민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도어의 새 사내이사로는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선임, 이사회는 1대 3 구도로 재편된 상황이다. 민 대표의 입장에선 언제든지 “대표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화해 요청’의 수를 두게 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숙미 세종 변호사는 “승소했지만 아직은 불안한 상황이다”라며 “어도어 이사회는 각 이사들이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하이브 쪽 이사들이 대거 소집한 상황에서 다시 이사회가 소집될 수 있고, 민 대표의 해임안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럼녀서 “어도어가 이사회를 개최하면 개최하지 말라는 가처분을 제기해 모두를 힘들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서 “해임 사유가 없으니 주주간 계약을 지키라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그러니 민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이사진에)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민 대표가 현재의 직위를 유지하며 어도어를 이끌 수도 있으나 각자 대표 체제로 가는 방안도 있다. 어도어 정권에 ‘대표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공동대표와 각자대표는 법리적으로 개념이 다르다”라며 “공동재표이사는 공동으로 도장을 찍어야 대표 회의가 되는 만큼 대표권에 제한이 있지만, 대표이사가 여러 명이라면 각자 단독으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 측은 어도어에 공동 대표이사가 오는 것은 주주 간 계약 위반이라고 보고 있으며, 각자 대표이사는 법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각자 대표이사 부분도 채권적 계약과 관련 법리적 판단을 해야 하나, 대표이사는 민희진으로 한다는 부분이 분명하게 못 박혀 있고, 다른 이사를 선임한다고 돼있기 때문에 각자 대표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수 있는지는 전체적인 해석에 비추어 보면 좀 위반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해임이 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하이브가 이사회를 통해 민 대표를 해임한다면, 그 때 역시 “‘주주간 계약 위반’으로 다투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로밖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이 변호사는 귀띔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민희진 한 수 통했나…“하이브, 거국적 결정 내려야”

하이브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민 대표의 ‘새로운 수’는 어느정도 통했다.

지난달 25일 첫 기자회견 이후 36일 만에 다시 연 2차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일명 ‘승소룩’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패션까지 화제를 모았고, 기습적으로 “나 ENTP”라며 공개한 MBTI는 물론 “이 분들 되게 되싼 분들”이라며 “인센티브 20억 변호사비로 다 썼다”는 농담까지 또 한 번 ‘밈’이 되고 있다.

물론 민 대표도 ‘타협의 조건’은 있다. 그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 대표는 “경업금지 독소조항만 없어지면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고 타협할 수 있다. 이건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 내용이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어도어)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조용히 건드리지 않으면 할 일을 해서 이득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가 강조한 ‘독립성’은 업무, 홍보, 해외 마케팅 등이다. 특히 ‘밀어내기’를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위한 굿즈 제작부터 스타일링을 위한 업체 선정 등에서 하이브와 빚은 마찰 역시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다.

무엇보다 양측의 갈등이 업계 안팎으로 피로감을 높이는 데다, 이 과정에서 K-팝의 민낯이 드러나며 아티스트는 물론 팬덤까지 속수무책으로 상처입고 있는 상황에서 ‘화해 요청’ 제스처는 타이밍상 절묘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의 상황은 민희진 대표가 한숨 돌린 것일 뿐 계속해서 법적 공방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고, 이사진의 개편 이후 경영권 방어 역시 미지수인 상황이다”라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기에 이후의 공방을 이어가겠지만, 대승적 합의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사내 문제를 공식적으로 공개하며 어마어마한 언론전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뉴진스는 물론 르세라핌, 아일릿에 에스파까지 언급되며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며 “특히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는 상처를 넘어 손해까지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음악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이쯤해서 봉합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한 언론전과 소송으로 인해 하이브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고, 이로 인해 하이브 팬들 역시 정서적 박탈감과 그로기 상태를 겪고 있다. 아티스트와 K-팝 팬을 위해 하이브가 거국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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