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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주고 쓰레기까지 사야 해?” 넘쳐나는 세제통 쓰레기…리필 안 돼? [지구, 뭐래?]
매대에 진열된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네이버블로그]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9일 서울 성북구 현대백화점 미아점 9층 문화센터 앞. ‘세제 셀프충전소’가 위치해 있다.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3종을 용기 없이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세제 셀프충전소에서는 용기 없이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다. 키오스크로 원하는 품목과 양을 선택한 뒤 휴대전화로 ‘사용하기’ 버튼을 누르면 용기에 자동으로 액체 세제류가 토출된다.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의 가격은 100g당 1400원, 주방세제는 같은 양에 1200원이다.

강좌를 마친 어린 아이들과 유아차를 끄는 가족들의 시선이 리필머신에 머물렀지만 그뿐,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 성북구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위치한 리필시스템 '셀프 세제충전소'. 주소현 기자

세제 셀프충전소와 같이 액체류만 따라 살 수 있는 리필 시스템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기후행동으로 꼽힌다. 플라스틱 용기의 재사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세제 등 액체류를 구입하면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의 용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진다. 국내 2400만가구가 세제류를 리필로 구입한다면? 연간 3억 여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리필 시스템의 국내 확산이 더디다는 데에 있다. 아직 홍보나 경험이 부족해 리필 시스템 사용자가 많지 않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리필 시스템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업체들도 이를 지속하기 어렵다. 악순환이다.

이들은 리필 시스템이 기후위기 시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지원과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위치한 리필시스템 '셀프 세제충전소'. 주소현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김민수 씨도 가게에 리필 시스템 두 대를 장만했다. 기존에는 대용량 말통의 뚜껑에 펌프나 밸브를 달아 액체를 끌어올리고, 저울로 무게를 달아야 했다. 김민수 씨는 “점성이 강한 액체류를 쉽게 토출할 수 있고, 정확한 양을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리필 시스템을 이용할 때 또다른 장점은 데이터가 남는다는 데 있다. 결제 내역에 따라 자동으로 탄소중립포인트 2000원이 지급되고 절감한 양도 기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거리에서 사전에 결제하고 바로 액체 세제류를 받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리필시스템의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은 가격이다.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든다. 편리하다고 해도 소상공인들이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 김민수 씨 역시 서울시의 ‘제로마켓’ 지원을 받아 구입했다.

서울 성북구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위치한 리필시스템 '셀프 세제충전소'. 주소현 기자

가격 장벽은 리필 시스템 제조업체에도 작용한다. 리필시스템을 설계 및 제조한 ㈜와플은 리필시스템 판매는 물론 운영도 쉽지 않다고 했다. ㈜와플은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 기업형슈퍼마켓(SSM) GS프레시 등에 리필시스템을 공급했다. ㈜와플의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48개 사업장에 리필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150t 가량 감축했다.

그러나 지속 운영되고 있는 곳은 30여 곳에 그친다. 이마저 제주시청, 춘천시립도서관 등 공공기고나 위주다.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임대료와 유지 보수까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용기를 준비해오는 수고를 감당하는 만큼 리필 시스템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와플의 설명이다. 가령 주민센터마다 리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우유팩이나 대형 폐기물 등을 버리러 온 주민들이 김에 액체 세제나 화장품류도 구입해가는 식이다.

나모라 ㈜와플 대표는 “리필스테이션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기후행동이므로 공공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빌리고 반납하기 쉬운 ‘따릉이’가 탄소 절감에 기여하듯 리필 시스템도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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