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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셋 이상 출산한 가정, 자녀 모두 대학 특례입학 혜택을”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기재부, 특례입학 아이디어 차원 논의
예산 쓰지 않고 출산율 높일 방법 고심
교육교부금 개편 통해 저출생 재원 마련

아이를 셋 이상 출산한 가정의 자녀 모두에게 대학 ‘특례입학 자격’을 준다? 일명 ‘다둥이 특례입학’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이기는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세종 관가를 중심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가 좀체 늘어나지 않는 출산율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 검토를 주문하며 저출산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379조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악화해 0.6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 관가에선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다자녀 특례 입학?...아이디어 짜내는 관가=기획재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예산을 쓰지 않고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셋째 아이를 출산한 가정의 자녀는 맏이부터 둘째, 셋째까지 의대를 포함한 대학입시에 특례입학제 자격을 부여하고, 대학 졸업시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출산을 결심할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례입학제도는 특기자나 장애인, 농어촌 거주자, 국가 유공자 자녀 등 특별한 예에 해당하는 이에게 기존 정원 외 별도 인원을 둬 일반 전형 없이 입학을 허락하는 것이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초등학생 대상 의대입시반이 개설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당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부서에선 이 방안에 대해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제고되지 않다보니 답답한 마음에서 나온 얘기라는 설명이다.

다만, 재정당국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예산을 늘리기 보다는 기존 예산의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적소에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 시·도교육청으로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법상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는 교육교부금에 대한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출산율이 낮아진 탓에 학령인구도 감소했지만, 교육교부금은 매년 증가해 관련 예산이 오히려 남아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시·도교육청에 배정된 교육교부금은 72조838억원이다. 지난 2020년 57조5011억원보다 25.36% 늘었다. 반면 6~17세 학령인구는 작년 261만명에서 2030년 161만명으로 7년 만에 100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탓에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20년 891만원에서 오는 2070년 9781만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는 교육교부금 개편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내년부터 시행되는 유아 교육·보육 통합에 쓸 계획이다.

▶아이디어 못 내는 저고위, 왜?...‘저출산대응기획부’ 역할에 쏟아지는 관심=이에 반해 저출산 정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저출산 정책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저출생 콘퍼런스’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육아휴직의 급여 체계를 재설계하고, 배우자 출산 휴가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출산전후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는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된다. 단, 고용보험기금 중에서도 ‘일반회계 전입금’ 계정에서 지급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고위 입장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실질적인 책임자인 부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2년 10월 부임한 나경원 저고위 부위원장은 ‘출산가정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는 이른바 ‘헝가리식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후 3개월 만인 이듬해 1월 사퇴했다. 후임으로 취임한 김영미 부위원장도 출산 후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즉각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자동육아휴직제’나 3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다자녀 전용차로 이용’ 등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가 각 부처의 불만을 감내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탓에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신설을 지시한 저출생대응기획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각 부처 실국을 흡수하기보단 사업 성과 평가 기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저고위는 앞서 성과가 훌륭한 사업의 예산은 늘리고 미미한 사업 예산은 감액하는 방식으로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여느 사업처럼 ‘예산 집행률’로 평가하는 대신 ‘인구정책평가센터’를 통해 과학적인 성과 평가로 예산편성 의견을 제시해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부’는 위원회와 달리 예산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요구안 그대로 기재부 예산실 문턱을 넘는 경우는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설되는 부처가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고용부 등의 실국 기능과 역할을 모두 흡수한다 해도 예산 편성권을 갖게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9월 2일까지 정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아 확정토록 돼 있는데 이 작업은 기재부 고유 권한이란 설명이다.

한편 저고위 저출생 대책 발표는 5월에도 연기됐다. 세종 관가에선 지난 21일 저고위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무산됐다. 당초 3월로 예고됐던 대책 발표는 4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4월에도 발표를 하지 못했다. 내년 예산안을 짜는 기재부는 통상 8월 말 이듬해 예산안을 발표한다. 8월 이후에는 저출산 대책이 마련되더라도 세제·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내년도 추진은 불가능해진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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