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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가구 실질소득 7년래 최대폭 감소, 물가안정이 곧 민생

고물가로 팍팍해진 가계의 살림살이가 통계로 확인됐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올 1분기(1∼3월) 소득에서 물가 영향을 뺀 실질소득이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손에 쥐는 돈은 더 늘었지만 그보다 더 가파르게 물가가 뛰며 저절로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었다. 기업 경기 불황 여파로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은 3년 만에 뒷걸음질 쳤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근로소득은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세상 물가는 다 뛰는데 내 월급만 줄어든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1년 전(505만4000원)보다 1.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실질소득은 오히려 1.6% 감소했다. 역대 1분기 중 2017년(-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과일, 채소 가격이 치솟는 등 물가가 3%대 상승률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지갑이 그만큼 얇아진 것이다. 직장인들이 버는 근로소득은 월평균 32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근로소득이 감소세를 보인 건 코로나19로 고용이 위축됐던 202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질근로소득은 3.9% 줄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크다. 대기업 상여금 감소에 따른 것으로 우리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마저 타격을 입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실질소득을 초라하게 하는 고물가의 고삐를 당장 잡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월 3.1%에서 4월 2.9%로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은의 목표(2.0%)는 물론 금리인하 기준인 2.3~2.4%보다도 높다. 미국도 고물가 여파로 기준금리 인하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2일 발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금리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9월 인하설은 희미해지고 동결전망이 40%대로 올라갔다. 미국 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한국으로선 고민이 더 깊어졌다.

고금리가 물가를 올리고 오른 물가 탓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서민은 물론 중산층 마저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8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가계의 소득 감소는 소비 부진을 낳고, 이는 내수 악화를 불러 체감경기를 추락시킨다. 1분기 1.3% 깜짝성장에 취하기 보다 민생과 직결되는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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