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방송 화면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한민국 ‘원조’ 라면 회사 삼양식품이 효자 상품 ‘불닭볶음면’의 힘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부동의 라면 업계 1위 농심과 시가총액 기준으로 ‘대장주(株)’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는 위치까지 올라서면서죠.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대비 5%(1만5500원) 오른 32만5500원으로 장을 마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2조4520억원에 달했습니다. 하루 전보다 주가가 1.26%(5000원) 오른 40만2500원으로 시가총액 2조4483억원의 농심을 꺾은 것이죠.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 농심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은 한국거래소가 개별종목 시가총액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입니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1조7665억원으로 2조5091억원에 이르던 농심의 70.4% 수준에 불과했었는데 말이죠.
더 충격적인 점은 1년 전(2023년 5월 12일) 두 회사의 시총 격차입니다. 농심의 시총이 2조3449억원이던 당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1조원 선도 넘지 못한 채 8565억원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죠. 무려 3배 가까이 났던 시총 격차가 뒤집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1년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지난 1년간 농심의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할 때 삼양식품의 주가는 2.8배 넘게(184.03%) 오르는 기염을 토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지난 13~14일 이틀 간은 다시 시총 1위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 농심 내부적으론 이번 일에 대한 충격이 크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전날 종가 기준 삼양식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8% 오른 33만5500원에 장을 마쳤고, 농심 주가는 0.12% 오른 42만4500원을 기록했습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2조5273억원, 2조5821억원이었고요.
‘불닭볶음면이 다 했다.’
지난 1989년 발생했던 ‘공업용 우지 사건’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삼양식품이 지금의 위치까지 반등할 수 있던 데는 불닭볶음면을 빼놓고는 결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죠.
지난 2012년 4월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불닭볶음면은 지난 2014~2015년부터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불닭볶음면이 SNS에서 큰 관심을 끈 포인트는 ‘어마어마하게 맵지만 맛있는 한국의 맛’에 도전하는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하면서죠. ‘언제나’ 즐겨 먹는 일반적인 라면이란 이미지 보단 도전 욕구를 부르는 특별한 맛이란 의미에서 인기를 끌었던 셈인데요.
전 세계 팬들에게 불닭볶음면이 과거에 비해 더 대중적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었던 데는 방탄소년단(BTS)의 힘이 컸습니다. 월드투어에 나선 BTS 멤버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이 SNS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죠.
[SBS 방송 화면 캡처] |
BTS 가운데서도 불닭볶음면 애호가로 가장 잘 알려진 멤버는 지민입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사하게도 BTS 멤버 중 지민 님이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 모습을 올려주셔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유명 래퍼 카디비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이 제품(까르보불닭볶음면)을 사기 위해 30분 동안 운전했다”고 말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161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키스 리’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구매하고 조리해 먹는 영상을 업로드한 것을 비롯해 생일 선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터뜨린 소녀의 영상에 수만개의 댓글과 수천만회의 조회수가 기록된 것도 이 같은 인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유명 래퍼 카디비의 '까르보불닭볶음면' 후기 영상(왼쪽)과 생일선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고 눈물을 터뜨리는 소녀 영상. [틱톡 캡처] |
삼양식품의 실적은 해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수준입니다.
지난 2016년 3593억원이던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지난해 1조1929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 벽을 넘어섰습니다. 7년 만에 매출이 3.32배나 증가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양식품에 대한 올해 예상 매출액을 집계한 컨센서스(평균치)는 1조4076억원입니다. 또 한번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죠.
단순히 매출액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삼양식품에 대한 투자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1475억원을 기록했는데요. 2021년 654억원, 2022년 904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결과입니다. 올해 증권가가 예측한 삼양식품의 예상 영업이익은 1915억원으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삼양식품의 비약적 발전은 ‘수출’ 집중 전략 덕분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입니다. 특히나 지난 2022년 2400억원을 투입해 경남 밀양에 새 공장을 준공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인데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지난 3월 6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된 밀양2공장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양식품] |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2019년에야 수출(2728억원)이 내수(2708억원) 규모를 갓 넘어섰는데요. 작년 기준으로 삼양식품 매출에서 수출(8093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67.8%까지 높아졌습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72%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하반기 중국과 미국 내 유통채널 확대와 인도네시아 법인의 본격적인 영업으로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2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지금 삼양식품에 대한 투자에 나설 생각을 지닌 분이라면 유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우선 최근 이어진 급등세로 인해 주가가 ‘고평가’ 국면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죠.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삼양식품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2만원입니다. 14일 종가(33만7000원)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죠. 최근 3개월 간 목표주가를 제시한 총 5곳의 증권사 중 이베스트투자증권(35만원), 키움증권(34만원) 만이 현재 주가 수준보다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습니다.
정한솔 연구원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 기저부담이 높아지고, 추가 생산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하반기 성장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며, 2025년 밀양2공장 가동 시 다시 한번 큰 폭의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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