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조 장관은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조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양자 관계와 한중일 정상회의,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이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정세에 관한 전략적인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고 오겠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후 6년6개월여 만이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22년 8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산둥성 칭다오를 방문한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양자 회담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열린 지 6개월여 만이다. 조 장관은 1박2일 간 일정을 소화한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다. 왕 부장은 지난 2월6일 조 장관 취임 후 상견례를 겸한 첫 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초청했었다.

조 장관은 “왕 부장과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원칙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되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초점을 맞춰서 양국 관계 발전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양국 지방도시 간 교류 활성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왕 부장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중 패권 경쟁 심화, 한미일 3각 협력 구도로 냉랭했던 한중 관계 복원의 중대 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조 장관은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지난 9~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중 연쇄 북핵대표 협의에서 한미 양국은 각급에서의 협의를 통해 중국과의 한반도 문제 관련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북러 간 군사협력이 심화되는 현 상황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강제북송 문제를) 당연히 제기하고 중국 측의 의견도 듣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취임 후 첫 베이징을 찾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다만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 “이번 방중은 왕 부장과의 양자 관계에 집중해서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26~27일 개최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확정되면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 총리에 오른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 경우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조 장관은 왕 부장과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한 사안을 최종 확정하고, 양자 회담을 위한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협력을 예민하게 주시해 온 중국이 양자 현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오느냐는 미지수다. 오는 20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친대만 성향 국회의원 30여명을 라이 총통 취임식에 파견한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참여하는 방안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중국이 오커스 문제를) 꺼내리라고 생각하는데 원칙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대한 중국 측의 태도로 중국의 대(對)한국 외교 노선을 확인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조 장관은 방중 계기에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과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또한 중국 지역 총영사들을 소집해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지방 차원의 양국 교류를 위한 전략적인 외교활동을 주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