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00명 짐 쌀 판인데” 택진이형의 못 말리는 야구사랑…이러다가
지난 2020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NC 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5월 중 권고사직을 단행할 예정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실적부진에 허덕이던 엔씨소프트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이달 중으로 권고사직 등을 단행한다는 것인데, 직원 ‘약 300명’이 대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경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권고사직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본업과 관계없어 보이는 계열사를 유지중인 가운데, 권고사직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프로야구단 엔씨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공동대표가 창단한 엔씨다이노스에 연간 ‘25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엔씨 주주들 사이에서는 야구단 매각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직원 300명 짐 쌀 판인데” 택진이형의 못 말리는 야구사랑…이러다가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지난 3월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디어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10일 열린 엔씨소프트 컨퍼런스콜에서 박병무 공동대표는 “5월 중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올해 말까지 본사 인원을 4000명대 중반으로 줄일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본사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면 4816명이다. 이중 ▷연내 분사 ▷5월 집중 운영 권고사직 프로그램 ▷자연 퇴사자 등으로 약 300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하면 본사 직원 수는 5023명인데, 이 경우 회사를 떠날 직원 수는 약 500명까지 늘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행보는 부진한 실적에 기인한다. 올해 1분기(연결 기준) 매출 3979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6.9%, 영업이익 –68.5% 등으로 집계됐다. 물론 시장 전망치보다는 나았으나 선방했다고 볼 수 없는 성적표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엔씨다이노스는 회사의 아킬러스건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엔씨다이노스에 지원하는 운영비는 연간 250억~300억원 가량이다. 자생력이 없는 국내 프로야구단에게는 모기업의 지원이 필수다. 권고사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서도 엔씨다이노스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월 28일 열렸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박 공동대표는 “지난해 엔씨다이노스에 258억원을 지급했고, 올해까지 대여금 373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다만 올해 경영 지원을 대폭 낮출 것”이라고 했다.

주주들의 요구처럼 엔씨다이노스를 매각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직원 300명 짐 쌀 판인데” 택진이형의 못 말리는 야구사랑…이러다가
지난 2020년 11월 24일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이날 엔씨소프트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다시 회사로 향했다. 주주들은 야구단 매각·분사·인원 감축 등을 요구하며 엔씨소프트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박 공동대표는 “(엔씨다이노스에 대한) 일부 비용 지원이 있으나 신규 게임 마케팅, 우수 인재 리쿠르팅,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시너지 등 측면을 고려해 비용율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될 것이라 잠정 결론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