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시아 최초 이스라엘과 FTA 체결…반도체 장비 관세 철폐
반도체 생산 현장[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진 가운데 현지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운영 차질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창업국가’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부터 부품·장비 제조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핵심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이스라엘 수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품목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로, 전체의 2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은 총 3억6300만 달러 규모다.
이어 전자응용기기(18.4%), 계측제어분석기(10.4%)로 세 품목이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52.3%)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8억700만 달러였다.
이스라엘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부터 다양한 스타트업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포진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으며 반도체 장비 관련 수입 관세도 철폐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주력 산업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수입 의존을 개선하기 위해서 원천 기술 보유국인 이스라엘과 기술협력을 확대해왔다. 이스라엘의 반도체 계측 및 검사 분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6% 이상(2020년 기준)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전쟁 확전은 우리 반도체 공급망에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또 이번에 전쟁 발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이스라엘 현지에는 글로벌 톱 장비 업체인 미국 KLA,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캠텍, 계측 장비 업체 노바 등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업체의 제조 공장도 여럿이다. 팹리스 스타트업도 포진해있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반도체 기업으로는 인텔이 꼽힌다. 인텔의 데스크톱PC용 12세대 코어프로세서(엘더레이크), 13세대 코어프로세서(랩터레이크) 등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팹28’이 이스라엘 남부 키랴트가트에는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확전이 이어질 경우 세계 최대 CPU사인 인텔이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키랴트가트 공장은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11%가량을 담당하는 글로벌 핵심 생산거점이다.
인텔의 CPU 생산차질이 현실화되면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인텔의 올해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71%에 달할 만큼 CPU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인텔의 12~14세대 CPU는 D램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및 DDR5를 모두 지원하는데, CPU 생산이 줄어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 공급량도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다른 지역으로 대체하는 등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 2차관을 실장으로 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운영, 국내 기업은 물론 에너지·수출 등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에서 들어오는 반도체제조용 장비 등을 다른 지역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또 이스라엘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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