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책 기조 변화 여부 예의주시”
‘담뱃값’ 10년 주기 인상론 다시 고개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4·10 총선’ 이후 인건비와 원재룟값 인상 압력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압박으로 손실을 감내하던 유통업계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11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총선 전까지는 기업들은 정부의 압력 때문에 가격을 못 올렸지만, 압박이 덜해진 이후에는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현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며 “그간 생산비용 측면에서 오르지 않은 요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줄곧 정부에 가격 인상 필요성을 호소했다. 업계가 고려한 원재료 비용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폭은 15~30% 수준이다. 생산 현장을 찾아 가격 인상 자제를 권했던 농림축산식품부도 총선 이후에는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하던 정책의 동력이 사그라지면, 가격 자제 압박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달라지는 정책 방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했다. 올해 1월에는 2%대를 기록했지만, 2월부터 다시 3%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오르며 2021년 4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농산물은 20.5% 오르며 두 달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 여부도 소비자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담뱃값은 지난 2004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014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총선을 2개월 앞둔 지난 2월 “정부는 담배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을 비롯해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총선 이후에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와 소비자는 부족한 세수를 담뱃값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다. 담뱃값 이외에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국세 규모는 예상 대비 56조4000억원 적은 344조1000억원이었다. 다른 제품처럼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은 생산 비용만 고려해도 상승에 대한 명분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이 평균 10년 주기로 이뤄졌다는 통계를 근거로 올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소비자 반응이 많다”며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담배는 술과 함께 서민 살림살이와 밀접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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