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생태계엔 정원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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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올 봄, 미국 전역에서 총 1조마리나 되는 거대한 매미 떼가 출현한다. 1803년 이후 처음 나타나는 거대 매미 떼다. 다만 우려와는 달리 기상이변에 따른 이상 현상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4월 말 께 1803년 이후 처음으로 1조마리의 매미 떼가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 16개주에 출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221년 만에 거대 매미 떼가 발생하는 것은 올해가 10년~19년 만에 한번씩 대량으로 태어나는 주기매미 중 그레이트 서던 브루드(브루드XIX)와 노던 일리노이 브루드(브루드 ⅩⅢ)가 동시에 출현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서던 브루드에 속하는 주기 매미는 13년 만에 대량으로 발생하고 노던 일리노이 브루드는 17년 만에 한번 씩 대량으로 발생한다.
매미 한마리 당 1인치가 살짝 넘는 길이지만 1조마리를 일렬로 세우면 그 길이는 1578만282마일에 이른다. 지구에서 달을 33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대부분 수명이 한달 정도에 불과한 매미는 출현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죽게 되는데 차도나 인도에 떨어진 사체는 사람들이나 자동차에 밟혀 기분 나쁜 광경을 자아낼 수 있다. 죽을 때 썩은 견과류에서 내는 악취도 난다.
주기 매미는 검은 몸체에 주황색 눈의 모습으로 생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들 매미가 그 자체로 해충은 아니다. 이 매미들은 사람과 동물을 물거나 쏠수 없고 어떤 질병도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원의 나무가 잘 자라도록 돕는 정원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충이 땅에서 나오면서 남긴 구멍은 토양의 통기성을 높이고 여름철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어 뿌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돕는다. 이들이 알을 낳은 가지는 갈색으로 변하며 자연스럽게 가지치기가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플로깅’이라 부른다. 매미의 썩은 사체는 그 자체로도 영양분이다.
진 크리츠키 전 생물학 교수는 “이 매미들은 동부 숲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 매미가 대량으로 발생하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존 쿨리 코네티컷대학 생물학 교수는 “그들은 숲의 한 부분인 만큼 살충제로 죽일 필요가 없다”면서 “살충제는 매미 외 다른 것들도 죽일 수 있는 만큼 역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