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옥 [사진,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카카오가 역대 최대 실적을 자랑한 지 한 달 만에 매출액이 급감하게 됐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 기준을 바꾸면서 카카오의 매출도 수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회계 기준 변경으로 4000억원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카카오 매출액은 8조원에서 7조원대로 떨어지게 됐다.

18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주주들에게 발송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6014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의 총액법이 아닌 순액법을 적용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기존 회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매출액이 1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사업을 하며 기사(개인 택시)나 택시회사(법인 택시)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대신 16~17%는 사업자에게 광고, 데이터 등의 대가로 돌려준다. 총액법은 20% 전체를 매출로 집계하는 방식, 순액법은 운임의 3~4%만을 매출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이번 회계 기준 변경은 금융감독원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총액법을 ‘매출 부풀리기’라며 문제 삼아 왔다. 지난달에는 약 90억원의 (법인·개인 합산) 과징금 부과와 류긍선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을 담은 최고 수위 제재를 사전 통지했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는 재무제표상 매출 인식 회계 기준을 올해부터 변경했다. 과거 수치도 순액법에 따라 정정 공시할 예정이다.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는 4월 초 공시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8조원을 넘겼던 모회사 카카오 매출은 7조원대로 다시 주저앉을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8조1060억원이라고 밝혔었다. 카카오는 이번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작년 회계연도 결산 업무 수행과정에서 회계정책 변경 등을 사유로 재무제표 수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혜령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5일 카카오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매출 인식에 대해 “총액법과 순액법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1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20ki@]

금융감독원의 제재로 빨간불이 켜진 카카오모빌리티의 IPO(기업공개)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 기업가치 산정의 근거가 되는 실적이 감소해 IPO 과정에서 원하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택시 업계 요구를 반영해 수수료를 기존 최대 5%에서 2.8%로 낮춘 신규 가맹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수익성 악화 또한 우려된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로 류 대표의 연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류 대표는 올해로 임기가 마무리되지만, 27일 진행되는 주총에 1년 연임 안건이 상정돼 있다. 류 대표 해임 권고를 포함한 금감원의 제재안은 감리위원회(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