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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 주차장서 화재…대법 “부동산 관리회사 아닌 투자자가 손해배상해야”
1·2심,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 47억 손해배상”
대법, 원심(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빌딩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차인이 손해를 본 경우 부동산 관리회사가 아닌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에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들 회사가 건물에 관한 관리 등 업무를 부동산 관리회사에 지시하고, 처분권을 행사한 사정 등을 고려해 이같이 판시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서영빌딩 화재로 피해를 본 임차인 서영엔지니어링이 집합투자업자 이지스자산운용, 신탁업자 국민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은행이 서영 측에 공동으로 47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12월, 경기도 성남시의 서영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었다. 당시 사옥 주차장에서 전기배선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12층 건물 중 2층 학원에 있던 학생 143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한 건물 내부 일부가 전소됐고, 임차인 직원들 소유의 전산장비 등이 손상됐다.

건물을 임차한 서영엔지니어링은 해당 건물의 집합투자업자 이지스자산운용과 소유주 국민은행, 건물 관리회사인 에스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영빌딩은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신탁 형식의 사모펀드를 설정하고, 소유주인 국민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한 건물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서영 측은 “이들이 임대인으로서 임대차계약 내용에 따라 건물을 사용·수익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유지·보수·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서영엔지니어링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42민사부(부장 김한성)는 2018년 1월,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은행이 공동으로 4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은 각각 건물의 사실상, 법률상 소유자로서 건물의 관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건물 중 일부인 주차장의 하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보수·관리할 권한 및 책임의 귀속주체로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화재가 주차장 천장의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이상 주차장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설령 구체적인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이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 건물관리회사인 에스원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에스원은 관리책임에 대한 보조자로서 용역을 제공했을 뿐이고 업무수행의 대가로 매월 4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점유자로서 지위를 인정할 독립된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화재가 건물에 대한 유지·관리 업무 소홀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35민사부(부장 윤종구)는 2019년 1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도 “이 사건 주차장의 직접접유자인 피고들(이지스자산운용·국민은행)이 주차장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인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2심) 판단에 대해 수긍했다. 대법원은 집합투자업자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해 “건물에 관한 관리 등의 업무를 지시하고, 부동산 관리회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예산 범위 내에서 건물의 유지·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 사정을 종합하면, 직접 점유자로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탁업자인 국민은행에 대해서도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며 “소유자 지위에 있으면서 건물의 보관·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대외적으로 건물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건물의 일부를 나누어 임대한 당사자라는 사정을 종합했을 때 그렇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부동산 관리회사인 에스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도 정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점유를 돕기 위해 건물을 사실상 지배한 것에 불과해 점유보조자의 지위에 있었을 뿐이므로 공작물 점유자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법리를 토대로 점유보조자(이번 사건의 경우 부동산 관리회사 에스원)는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점유보조자에게 지시하는 자(이번 사건의 경우 집합투자업자 이지스자산운용·신탁업자 국민은행)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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