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미친 듯이 낮은 가격, 안 쓸 이유가 없다.”
중국 직구 플랫폼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짝퉁 논란, 환불·교환에 대한 불만 등이 여전하지만 이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초저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대 실적을 이어가던 네이버에도 긴장감이 맴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커머스 부문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IT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플랫폼 앱은 지난 2월 사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안드로이드·iOS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의 2월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 증가했다. 테무는 출시 8개월 만에 581만명을 기록했고, 쉬인은 전년 동월 대비 3배 늘어난 68만명으로 조사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가장 많이 성장한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1월 기준 사용자가 707만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371만명 증가했다. 테무는 같은 기간 354만명 증가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플랫폼들은 유통 과정을 대폭 줄여 국내 판매자보다 반값 이상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풍선개 모양의 열쇠고리의 경우 네이버에서는 1만4800원인 반면, 테무에서는 유사 제품이 639원에 거래되고 있다.
들쑥날쑥한 배송기간과 품질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감안하면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커머스 매출이 승승장구하던 네이버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네이버는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난 2조5370억원을 기록했는데, 커머스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한 6605억원으로 사업 부문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중국 직구 플랫폼이 광고 집행 또한 늘리고 있는 만큼, 전략적 파트너로서 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 쇼핑 모델은 광고 중심이고 어그리게이터(제품·서비스 통합 제공)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 직구 플랫폼은 경쟁 상대일 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경우 광고 매출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쇼핑의 트래픽 감소, 시장 점유율 감소는 네이버 광고의 노출 감소, 판매 업체들의 네이버 광고 의존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광고 업황의 더딘 회복,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직구 플랫폼이라는 변수가 추가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중국 직구 플랫폼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비롯해 정보의 국외 이전 절차, 안전 조치 의무 이행 여부 등 점검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