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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진출 적극 미는 당국에 핀테크들 “자금 지원 절실”
투자금 적고 성과 빨리 내야 하는 구조…국내선 규제에 막혀
금융위, 2027년까지 5000억원 규모 핀테크 펀드 조성
“대부분 펀딩 문제…버틸 수 있게 자금 지원 해줘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핀테크사의 해외 진출을 중점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핀테크들의 자금난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개별 핀테크사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적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특성이 있고, 초기 성장은 가능하지만 해외 진출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종 규제에 막혀 국내 기반을 키워 해외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해외 진출 성공 사례의 경우 대부분 시작부터 해외에서 기반을 마련했거나, 해외 제휴를 통해 국내 금융사에 투자를 받는 식이란 점이 한계란 분석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석란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2024년 금융플랫폼 경쟁력 제고’ 세미나에서 “핀테크 분야는 올해 B2B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1월 말 핀테크 기업·금융회사·투자기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제1회 핀테크 오픈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하는 등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등에 흩어져 있는 국내 금융지주들의 해외 핀테크랩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KB 이노베이션 허브'를 2015년부터 운영 중이고, 싱가포르 현지 글로벌 핀테크랩도 갖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 퓨처스랩을 금융권 최대 규모로 이끌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는 디노랩, NH농협금융그룹은 NH디지털챌린지+, DGB금융지주는 DGB피움랩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다.

올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금융·보험회사에 핀테크 등 금융 밀접 업종 기업 지분을 인수할 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투자 유인도 생겼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기존에 있는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과 제휴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향후 핀테크 혁신펀드 규모를 2027년까지 5000억원을 추가 결성해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초기단계와 사업화단계 기업에 한해 민간펀드와의 연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제공]

하지만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별 건당 평균 자금 투자 규모는 동남아시아 3국(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미국 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80만달러로, 신흥개발국으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220만달러)의 반절도 안 되는 수준이다.

투자 건수 또한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63건으로, 인도네시아(36건), 베트남(15건)보다는 많지만 싱가포르(133건)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 2022년 기준 전체 547개사 중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95개사(17.4%)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토스가 2019년 베트남에 비바리퍼블리카 베트남을 세운 이후 2021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 등 5개 동남아 국가에 진출했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사업할 때 정부에서 주는 기술 신용보증 자금 지원 기간이 최대 7년인 상황인데, 대부분 핀테크가 이 기간을 10년까지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의 해외 진출 지원엔 복잡한 국내 규제 환경 등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의 기초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예금과 지급결제 사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데, 당국은 이들 핀테크들의 사업을 대부분 ‘금융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일시적으로 허가하고 있어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기반을 넓히고 있는 대부분 핀테크는 라이선스를 가진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비교·추천 플랫폼 형태로 운영 중인데, 대형 금융사와의 제휴도 쉽지 않다. 핀테크 종속과 수수료 부담 확대를 우려한 금융사들이 쉽사리 상품과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 탓이다.

일례로 금융회사를 위한 글로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네트워크 API(B2B)를 운영 중인 멜로우링크(mallowlink)는 해외송금 및 모바일 환전 서비스 앱인 캐시멜로(cashmallow·B2C)를 통해 먼저 전세계 10개국 13만개의 ATM과의 제휴를 이뤄낸 뒤에야 국내에선 우리은행, 대만의 옥산은행, 캐나다의 해외 송금 핀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할 수 있었다.

때문에 국내 핀테크의 해외 진출과 성장을 위해선 당국의 자금 지원과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고,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펀딩”이라며 “해외에 나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도록 다양한 자금 조달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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