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구본혁 기자] “아르바이트생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졸업하고 취업이나 하는 건데…”
국내 4대 과학기술원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인 A씨는 후회를 거듭하고 있다. 대학 동기들은 모두 취업해 돈을 벌고 있지만, 연구에 몰두 중인 그가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하기 때문이다.
4대 과학기술원은 석·박사 등 연구원들의 안정적인 생활비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타이펜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연구원들은 연구에 참여할 때마다 연구비를 따로 지원 받는데, 이렇게 해서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이 채 되지 못 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못 한 경우에는 월 80만원을 받는 게 고작이다.
연구원들 사이에서 ‘이렇게는 못 산다’는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유다.
과학계에 따르면 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은 학생연구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스타이펜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4대 과학기술원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인해 석사 80만원, 박사 110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각 과기원마다 편차는 있지만 월별로 석사 65만~80만원, 박사 110만~117만선이다.
이와 함께 연구원들에게는 연구실 과제 참여 시 연구비도 지급된다. 이 경우에도 4대 과기원 내규에 따라 상한선(스타이펜드+연구비)은 정해져 있는데, 석사 약 220만원, 박사 약 300만원이다.
문제는 스타이펜드와 연구비를 포함해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 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기원의 경우 월 평균 석사 116만원, 박사 188만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구에 참여하지 못 했거나 연구비 삭감의 유탄을 맞은 연구원들은 말 그대로 80만~110만원밖에 받지 못 한 경우도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 하루 8시간·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206만원 가량을 벌 수 있는데, 여기에도 미치지 못 하는 셈이다.
과학계에서는 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 과학연구에서 석·박사 연구원들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부 시절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를 뽑기 위해 공을 들이면서도 이들에 대한 대우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그렇다. UNIST에 따르면 MIT 대학원생은 연봉 4500만~5000만원 수준을, 독일·프랑스 등도 대학원생 인건비로 3000만~4000만원 지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의대정원 증원과 맞물려 “다시 수능 봐서 의대가자”는 이야기가 연구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올해부터 스타이펜드 제도를 4대 과기원 뿐만 아니라 이공계 전체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지만,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약 4조6000억원 가량 삭감됐다. 쉽게 말해 연구 과제 수주 및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대학원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과기원 소속 교수는 “올해 예산삭감으로 인해 연구비가 부족해져 학생들에게 줄돈이 부족하다”며 “근로계약 해지, 근무 시간 축소 등으로 연구원생들은 더욱 열악한 처우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