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긍정 평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쇼핑몰인 펜타곤 시티의 패션 센터를 쇼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국채 시장에서 충격 흡수 역할을 해온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잔고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양적 긴축(QT) 속도 조절에 대한 심층 논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 같은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연준 대차대조표 가운데 부채 항목에 속하는 역레포 잔고가 과거 한때 2조5000억 달러(약 3327조원)에 달했지만, 최근 지속해서 감소해 5000억달러(약 665조원) 아래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역레포는 대형 금융기관이 연준에 잉여 현금을 맡기는 대신 우량 채권으로 받아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는 식으로 작동한다. 시중 은행들의 유동성을 연준이 흡수하는 기능을 하며 연준의 자본조달 부담 완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시장 관계자 다수는 역레포 잔고가 계속 줄어들 전망이며 이로 인해 미 국채 시장에서 충격 흡수장치 역할을 해온 역레포의 기능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가 재정적자 증가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향후 역레포 잔고 감소에 따라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국채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역레포는 미국 경제와 금융시스템 작동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미 재무부가 역레포 시장 덕분에 최근의 국채 발행 증가에도 국채 금리를 비교적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레포 잔고 감소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일각의 견해도 존재하며 BNY멜런의 제이슨 그라넷은 “설사 침체가 와서 정부 지출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미 국채를 더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 인사들은 역레포 잔고의 감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여유자금을 연준에 맡기는 대신 시장에서 더 매력적인 곳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역레포 잔고가 마르면 연준 대차대조표상의 다른 부채 항목인 은행 지급준비금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거에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 과정에서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2019년 이를 ‘U턴’했던 전례 등을 감안하면 연준은 지급준비금이 과도하게 줄어드는 상황은 피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참석자가 다음 달 19∼20일 FOMC 회의에서 어떻게 양적 긴축을 결론 낼지에 대해 심층 토론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 만큼 연준 내부적으로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지만, 양적 긴축 종료 시기에 대한 결정 등은 그보다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연준이 양적 긴축 규모를 줄일 경우 이는 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해 보유 자산을 약 9조달러(약 1경2000조원)로 늘렸지만, 2022년 양적 긴축 시작 이후 자산 규모를 7조7000억달러(약 1경원)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