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20% 차이 압도적 패배
헤일리 “미국인 다수가 트럼프-바이든 지지하지 않아…싸움 이어갈 것”
“헤일리 경선, 승리 너머의 의미 있어”
공화당 내 트럼프 반(反)지지층 상징…사법리스크 위험도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고향이자 정치적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지며 패배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이후 4회 연속 고배를 마셨지만 완주 의지를 밝혀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9.8%의 득표율을 얻어 39.5%를 얻은 헤일리 전 대사를 20.3%포인트 차이로 가볍게 이겼다. 이날 AP,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투표 종료 2분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보도했다.
이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소득층과 고졸, 농촌 지역, 복음주의 기독교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층과 대졸 출신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패배했다.
4연패에도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 하차 없이 경선 레이스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후보 한 명이 나서는 소비에트식 선거는 안 된다”면서 “다수의 미국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때 나는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 측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16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을 여는 오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겨냥해 거액의 TV 광고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가 당 통합을 위해 경선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온건 지지층을 공화당에 묶어두기 위해서라도 완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국 BBC는 “헤일리 전 대사가 연이은 패배에도 경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가 ‘미국에서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안을 공화당에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헤일리의 대변인 중 한 명인 올리비아 페레즈-쿠바스는 “미국인들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매치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70%나 된다. 두 대선 주자들이 모두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도 60%에 달한다”며 “유권자들 더 나은 선택지를 취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 헤일리 슈퍼 PAC인 SFA Fund의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은 그가 역경에 처한 것을 인정면서도 이번 경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이기는 것 외에 출마해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 반(反) 트럼프 전 대통령 인사로 알려진 퍼거스 컬런 전 뉴햄프셔 공화당 대표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이 곧 트럼프에게 향후 선거에서 필요한 유권자들”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점도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관측도 있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극적인 상황이 펼쳐질 경우에 대비해 헤일리 전 대사가 가능한 오랫동안 경선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도 했다.
실제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3명은 트럼프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통령직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응답하는 등 반트럼프 정서도 일정 부분 확인됐다.
[헤럴드경제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