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 씨가 미국에서 받게 될 민·형사 재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씨가 현재 구금돼있는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21일(현지시간) 현지 법원이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 모두가 권 씨의 인도를 요청했다. 권 씨 측 변호사는 그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씨 측이 그간 한국행을 원한 건 미국이 범죄에 대한 일반적 형량을 더 높게 친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실제로 미국 언론은 권 씨가 송환돼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중형을 선고받고 막대한 벌금을 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다. 하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하다.
뉴욕 연방 검찰은 지난해 3월 권 씨를 형사 기소하고 몬테네그로 당국에 그의 인도를 요청해왔다.
뉴욕 검찰은 그를 송환하는 대로 구금해 형사 법정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
권 씨가 받는 범죄 혐의는 증권 사기 2건, 상품 사기 2건,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2건, 사기 음모, 시장 조작 음모 등 8가지다.
권 씨는 형사 재판과 별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소해 진행하는 민사 재판도 받는다.
SEC는 권 씨가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최소 400억달러(약 53조4000억원) 규모 사기 행각을 벌였다며 권 씨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다만 권 씨가 언제 미국으로 송환될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몬테네그로 법원 결정으로 권 씨는 언제든 미국으로 송환될 수 있지만, 권 씨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만큼 송환 시점을 늦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법원 대변인은 권 씨가 3일 내 항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씨의 현지 대변인은 항고 뜻을 보인 상황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
한편 한때는 '한국판 머스크'로까지 불리며 주목받은 권 씨는 1991년생으로, 가상자산 스타트업 테라폼랩스를 창업했다가 지금은 대규모 코인 폭락 사태를 야기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UST)는 자매 코인 루나와의 교환 등을 통해 달러화와 1대 1의 고정 교환 비율을 유지하도록 설계됐지만, 2022년 5월 작동 시스템이 무너져 대규모 투매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우ㅡ캐피털(3AC)과 FTX 등 연쇄 파산이 이어져 코인 시장의 위기를 촉발했다.
권 씨는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현지에서 구금돼 재판을 받아왔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은 권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신병 확보를 위해 여러 국가들과 공조해왔다. 권 씨가 은닉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950억원도 동결한 바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전공 출신의 권 씨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쳐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루나와 테라 코인은 한때 시가 총액 100조원을 넘기는 등 급격하게 불어났다. 권 씨 또한 유명 인사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며 그는 지금의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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