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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최초 컨템퍼러리 공공 발레단…“무용수에겐 기회의 장, 시민에겐 향유의 장”
48년 만에 창단…세 번째 공공 발레단
단장ㆍ정년 보장 단원 없는 예술단
오는 4월 ‘봄의 제전’으로 첫 걸음
서울시발레단 시즌 무용수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내 세 번째 공공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공식 출범했다. 공공발레단이 창단한 것은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48년 만이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내 최초의 컨템퍼러리(현대) 공공발레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창단 간담회에서 “많은 한국인 무용수가 최고·최초·최연소 타이틀을 휩쓸며 세계 유수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국내엔 기량을 펼칠 장이 부족했다”며 “시민들도 발레를 좋아하나, 턱없이 부족한 공연 횟수와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으로 진입장벽이 있었다. 서울시발레단이 발레인과 시민들의 발레 갈증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은 지난해 9월부터 창단 논의에 돌입했다. 발레단의 출범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발레단은 독립 재단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창단 초기엔 공연 제작 역량을 갖춘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한다. 총 예산은 제작과 인건비를 포함해 26억원.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인 서울시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무용단과 유사하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연습실을 비롯한 제반 시설과 사무 공간은 오는 9월부터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 ‘숲’에 들어선다.

서울시발레단은 기존 공공 발레단과 달리 클래식 발레가 아닌 컨템퍼러리 발레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발레단 창단 간담회에 참석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클래식 발레를 하는데, 우리까지 (클래식 발레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세계적 발레 흐름도 클래식 발레와 현대 발레가 5대 5가 되는 상황에서 새로 창단하는 발레단이 고전 레퍼토리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컨템퍼러리 발레단 창단 배경을 밝혔다.

시즌 첫해 서울시발레단은 스펙트럼 확장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기존 예술단처럼 단체의 색깔을 만들어갈 단장도 없고, 정년을 보장받는 단원도 없다. 기존의 공공예술단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공연마다 프로덕션을 꾸린다.

발레단은 매해 ‘시즌 무용수’를 선발해 그 해 올리는 모든 작품에 출연하고, 작품에 어울리는 ‘프로젝트 무용수’를 따로 뽑아 함께 한다. 이번 2024 시즌엔 129명의 지원자 중 5명을 선발했다. 김소혜, 김희현, 남윤승, 박효선, 원진호 등이다. 시즌 무용수는 오는 9월 추가로 더 뽑는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출신의 박효선은 “국내에서 컨템퍼러리를 지향하는 많은 무용수들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업 이후 해외를 찾게 되는 이유는 국내엔 컨템퍼러리만을 가지고 있는 발레단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서울시발레단의 창단은 해외 발레단의 시류에 발맞춰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 [세종문화회관 제공]

올 한해 발레단은 ‘지금 여기’의 예술을 보여준다. 익히 알려진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에서 벗어난 새로운 창작 발레를 선보인다. 창단 전 공연으로는 ‘봄의 제전’(4월 26~28일, M씨어터)를 마련했다.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인 안성수 한예종 교수가 안무를 맡은 ‘로즈(Rose)’, 전 국립발레단 단원 유회웅 리버티홀·리버티발레의 대표작인 ‘노 모어(No More)’, 블랙토 컨템퍼러리 발레 컴퍼니 안무가 이루다의 ‘볼레로 24′ 등의 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트리플 빌’이다. 창단 공연은 8월이다. 미국에서 컨템퍼러리 발레 무용수이자 교육자, 안무가로 활동해온 주재만 펜실베이니아 포인트파크대 교수의 ‘한여름 밤의 꿈’이다.

안 사장은 “지난 100여년간 만들어진 검증된 레퍼토리들이 많이 쌓여있는데 관객들은 그중 일부만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며 “컨템퍼러리 작품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레퍼토리를 소개하고, 발레 스펙트럼을 넓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예술단의 경직된 운영 시스템을 벗어난 서울시발레단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유연한 운영과 스펙트럼 확장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정체성 확립엔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있다.

안 사장은 “궁극적으로 예술감독 시스템을 지향하나, 창단 시점에 맞춰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1∼2년간은 보다 열어두고 작품, 안무가 중심으로 운영한 뒤 국내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선택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은 창단과 함께 다재다능한 인재들을 지원, 육성하고 한국 발레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안 사장은 “인재 양성은 무대에 서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 한국인 무용수 200명 이상이 세계 유수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것은 외국 활동의 이점도 있으나 국내에서 설 무대가 적기 때문이다”라며 “시즌단원제는 많은 무용수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며 ”다양한 작품을 준비해서 (무용수들이)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 국내 무용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발레단이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획를 확대하고, K-콘텐츠, K-컬처의 매력을 넓혀 ‘문화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는 신호탄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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