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아파트 매입은 구체적 계획 없어”
“조달청에 업무 이관, 정책 이행 차질 우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3기 신도시 등 신규 택지개발 사업 추진을 늦추는 토지 보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 투자 후 회수’를 해야 하는 LH의 사업구조 특성상 일시적으로 부채비율 오르는 등 재무여건이 악화할 수 있지만 추후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만큼 공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20일 세종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에 문제가 있더라도 공기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시흥·광명지구 보상 시기 문제로 논란이 있다. 보상비가 10조원 들어간다”며 “정부는 신도시를 발표할 때 보상·착공 일정을 발표하는데, LH로 (사업이) 오면 늦어진다. 그 이유는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상 일정을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협의해 부채비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일시적으로 재무구조에 영향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9% 수준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208%까지 낮추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당분간 LH의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LH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재작년 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주택 공급을 위한 공적 역할, 경기 침체에 따른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토지 보상 등으로 부채는 더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LH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사업장을 사들이라고 주문, 재무위기가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아울러 이 사장은 토지보상 재원 마련을 위해 단기적인 채권 발행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결국 자산 취득 후 일정 기간 경과 후 이를 재매각해 투입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철도 지하화 사업과 관련해 필요 재원을 LH 등 공공기관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선그었다. 이 사장은 “지금 50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이제 좀 서로 얘기가 되는 중이기 때문에 지금 어느 기관에서 채권을 얼마 발행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조금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이 목표치의 23%에 그친 데 대해선 “매입임대 문제는 취약계층 주거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건설사들이 많이 하는 도시형 주택은 경기에 민감하다”며 “이를 활성화하자는 측면에서 약정형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 전세사기 문제 등이 있어 감정가 수준으로 올려서 활성화하자고 해서, 제도를 보완해 이번주 중 확정한 매입공고가 나갈 것”이라며 “원가 이하로 많이 깎은 것을 적게 깎는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놨는데, 당시 향후 미분양 추이를 보며 LH가 직접 매입하는 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준공 후 미분양은 현재 1만호를 조금 넘었는데, 어느 수준까지 봐야하느냐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할 사안”이라며 “PF 사업 관련 부분은 어느정도 방향을 잡아 개선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깊게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전관 카르텔을 막기 위한 ‘LH 혁신안’ 중 설계·감리 용역의 발주 및 심사 업무를 조달청으로 이관하는 작업에 대해선 “국토부와 협의해 진행 중”이라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LH에 설계·시공·감리 등 권한이 전부 부여됐던 것은 주택 수급이 국가적으로 중요해 적기 이행하라는 뜻에서 일원화해 맡겼던 것”이라며 “이관 시 정부 정책 차질 없이 이행될 것이냐는 점에서 고민”이라고 했다.
한편 3기 신도시 내 ‘선(先)교통 후(後)입주’ 실현 여부와 관련해선 “LH는 인프라 비용이 어느 공기업 하나보다 더 많은 양을 발주하는데, 교통 담당 부서가 없다”며 “집만 지어놓고 나몰라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어 선교통처를 만들어 도시별로 광역교통 사업 리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준공에 맞춰 내년 어느정도까지 가야하는지 스케줄을 점검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창릉 3기 신도시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고양선은 어느정도 합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도와 국토부가 긴밀히 협의해 조성공사를 할 때 단지 내 인프라 공사를 같이 하도록 진행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100% 선교통 후입주는 안되겠지만, 1·2기와 다르게 3기 신도시에서는 주민이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인프라가 미흡하면 LH 자체적으로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광역버스 등으로 교통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