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카카오 제공]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인센티브를) 못 챙겨줘서 미안합니다.”
50대 대표가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엄청난 실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개발 중인 결과물을 내놓는 등 최근 행보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사과에 나선 이유는 다름 아닌 연말 성과급(인센티브)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바닥인 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생각하기란 어렵다. 직원들마저도 인센티브가 없으면 없구나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때마다 대표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명절 때마다 아버지 손에 들려오던 ‘과자 세트’였다. 직원들도 명절을 맞아 가족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터.
대표가 직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적은 금액이나마 성의를 보이고자 했던 이유다. 사연의 주인공은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다.
지난 1일 판교 카카오헬스케어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황희 대표가 ‘파스타’ 서비스의 주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
업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최근 사내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눈물의 편지’를 썼다. 설날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여의치 않아서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헬스케어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 심지어 ‘적자’ 상태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이달 1일부터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앱인 파스타를 출시했으나, 국내에서는 ‘무료’로 제공 중이다. 출시 약 2주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약 1만5000건을 넘고, 국내 당뇨병 환자만 약 600만명(2020년 기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매출이 발생할 일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국내에서는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에 힘쓸 계획”이라며 “올해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직원들로서는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다.
황 대표도 찝찝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그러면서 은행원이었던 아버지가 명절 때마다 들고 왔던 과자 세트를 떠올렸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과자 세트는 그가 서울대병원 의사일 때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교수를 할 때도 기억 속에 내내 자리 잡았던 터였다.
[게티이미지뱅크] |
결국 카카오헬스케어는 조만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황 대표가 소액이나마 성의 표시를 하기 위해 뛴 결과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파스타앱은 국내에서 돈을 벌기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며 “황 대표가 직원들과도 이런 부분에 대해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인센티브가 직원들의 기대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조만간 지급할 예정인 것은 맞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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