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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회 의결 없이 자금 차용한 재건축 조합장…대법 “도시정비법으로 처벌 불가”
2심은 유죄…도시정비법 적용
대법, “도시정비법 적용은 잘못”
소규모주택정비법에 처벌 규정 따로 존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용한 소규모 재건축사업 조합장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사업 간 유사성에 따라 소규모주택정비법과 도시정비법이 많은 조항을 준용하고 있긴 하지만 처벌 조항까지 준용하고 있진 않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훙구)는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를 받은 소규모 재건축사업 조합장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소규모 재건축 조합임원에게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 북구의 한 소규모 재건축사업 조합장 A씨는 2020년 10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총 8회에 걸쳐 4000여만원을 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이러한 행위는 소규모주택정비법·도시정비법에서 모두 금지하고 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임원’을 처벌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역시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총회 의결사항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을 처벌하고 있다.

재판 결과,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A씨에게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이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하되, 선고를 미루는 판결이다.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2심을 맡은 광주지법 4형사부(부장 정영하)는 지난 6월 이같이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등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도시정비법 조항을 준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양형에 대해선 “차입 자금의 합계액이 적지 않은 점은 불리한 사정이지만 A씨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대해 불복했다. 자신에게 도시정비법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도시정비법의 벌칙 규정까지 준용하고 있진 않다”며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인원을 처벌하도록 따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2심)은 A씨에게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결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단, 이번 대법원 판결이 총회 의결 없이 사업을 추진한 소규모 주택 조합장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도시정비법을 잘못 적용한 검사와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유죄 판결을 한 원심(2심)을 지적했을 뿐이다.

향후 진행될 4번째 재판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규모주택정비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뤄질 전망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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