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의자 유지 비용에 수 천만원
클래식 공연장 롯데콘서트홀 의자 점검 현장 [롯데콘서트홀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공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 28명의 하우스 어텐던트(객석 안내원)가 객석으로 들어와 의자를 하나 하나 확인한다. 30분 간 한 사람이 확인해야 할 의자는 약 72개. 의자를 내렸다가 놓으며 ‘기립 속도’를 확인하고, 의자 시트의 올 풀림이나 오염은 없는지, 팔걸이의 균열이나 도장 상태엔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쓰레기와 분실물 유무도 ‘매의 눈’으로 확인한다.
지난 2016년 개관한 이후 예술의전당과 함께 양대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자리잡은 롯데콘서트홀은 매일 무수히 많은 관객을 맞고 있다. 총 3층 규모의 이곳은 다른 공연장보다 유달리 출입문이 많다. 총 10개에 달하는 게이트에서 2000여명의 관객이 들고 난다. 보통 하루에 한 편, 오전 공연이 있는 날엔 매일 두 편의 공연이 있어 객석을 매일 점검해도 늘 문제점이 발견된다.
공연장 내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의자에서 나는 소음이다. 하우스 매니저들이 공연 전 의자 점검에 각별히 신경쓰는 이유다. 공연 관람 관객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문제도 하우스 매니저들에겐 기가 막히게 포착된다.
김희선 롯데콘서트홀 하우스 매니저는 “매일 의자 점검을 하다 보니 앉아만 봐도 의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금방 파악하게 된다”며 “좌석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확인해 공연 관람 중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조치한다”고 했다.
클래식 공연장 롯데콘서트홀 의자 점검 현장 [롯데콘서트홀 제공] |
객석 점검 이후엔 일명 ‘돌돌이’ 작업이 시작된다. ‘돌돌이’ 모양의 테이프 클리너로 의자의 각종 먼지를 제거한다. 겨울철은 관객들의 의상이 두꺼워지다 보니 이 작업의 중요도가 커진다. 김 매니저는 “의외로 온갖 이물질이 많이 붙어있다”며 “겨울엔 오리털 패딩이나 반짝이 의상이 좌석으로 옮겨 붙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묻어 나오는 것은 머리카락이다.
겉보기엔 정갈한 자태인 듯 보이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블랙리스트 관객’들의 천태만상이 목격된다. 공연장 안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는데도 이상하게 객석 바닥엔 콩가루 투하 사태가 벌어져 있을 때가 있다. 심지어 의자 아래쪽에 껌을 붙이는 관객도 있다. 시트에 오염이 묻어있을 경우엔 청소기나 약품을 통해 처리하고, 손잡이는 매일매일 물티슈로 닦아낸다.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하우스 매니저의 근무일지에 ‘좌석번호와 이슈 사항’이 기입된다. 매일 정리해둔 목록은 ‘대망의 날’에 전체적으로 손을 본다. 디데이는 바로 이곳 객석 의자를 설치한 일본 고도부끼 사에서 직접 점검을 나오는 날. 롯데콘서트홀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4일 대대적인 점검과 보수에 들어갔다. 롯데콘서트홀이 전체적인 객석 점검을 한 것은 5년 만이다. 점검에 들어간 비용도 상당하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이번 객석 의자 점검에선 기본 점검비와 부품비를 포함해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고 귀띔했다.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의자는 한 개당 150만원에 달하는 ‘귀하신 몸’이다.
클래식 공연장 롯데콘서트홀 의자 점검 현장 [롯데콘서트홀 제공] |
고도부끼 사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은 의자의 기립 속도, 너트와 볼트 조임 상태, 부품 마모 상태 등을 우선적으로 확인한다. 공연장의 의자가 일어설 때 자동으로 접히는 접이식 구조이다 보니 의자의 사용 빈도가 잦을수록 부품의 수명은 줄어든다. 완충제는 마모가 심해지고, 너트와 볼트는 헐거워지기 마련. 이 경우 관객들이 앉았다 일어설 때 소음이 발생하거나 의자가 흔들려 착석감에 영향을 준다. 고도부끼 기술자들은 일일이 손으로 의자를 분해해 부품을 교체하고 조립한다. 의자 하나를 정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여분 정도다.
김인숙 한국 고도부끼 차장은 “의자 한 개당 4개의 완충제가 들어가는데 완충 작용을 하는 의자의 부품은 사용 빈도수에 따라 수명이 다르다. 최소 1년, 최장 3년 정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콘서트홀 객석 의자 스팀 청소 모습 [롯데콘서트홀 제공] |
의자의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한 뒤엔 새단장을 하는 시간이다. 하우스 매니저들이 매일같이 돌돌이 작업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무대 점검 기간엔 고온 스팀기로 객석 의자를 청소한다. 170도의 고온 스팀 세척기로 등받이와 쿠션을 세척하는 작업이다. 살균 청소기가 스팀을 분사해 먼지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세 명이 한 팀이 된다.
의자 하나당 청소에 걸리는 시간은 30~60초다. 청소를 하다보면 스팀 온도가 떨어져 다시 상승하기까지 대기하는 시간도 있어 작업 시간은 늘 예상보다 더 걸린다. 깨끗하게 목욕한 의자는 건조에도 상당 시간이 걸린다. 5~7일에 거친 새단장 뒤에야 객석의 의자는 비로소 관객을 만날 수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