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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법,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폭탄만 던져놓고 업계 들쑤셔”
원점 재검토에 졸속추진 비판
공정위 “대안 열어 놓고 논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인 네이버(왼쪽)와 카카오의 사옥. [네이버 제공]·임세준 기자

“업계를 뒤흔들 정도로 파장이 어마어마한 정책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플랫폼업계 관계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부터 무리수였던 정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여,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폭탄’만 던져 놓고 업계를 들쑤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초부터 정책의 정당성이 부족했다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법 핵심 ‘사업자 사전 지정’ 재검토...사실상 원점으로=7일 공정위는 브리핑을 통해 ‘플랫폼법’의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전 지정’이 법의 핵심이었던 만큼, 사실상 플랫폼법 추진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사전 지정과 관련해 업계의 반발이 큰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하면 대안까지 살펴보겠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보다 규제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국내외 업계 및 이해 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면서 “사전 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플랫폼법은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하고, 멀티호밍 금지 등 4대 반칙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정위는 ‘과도한 규제’라는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법안 세부 내용 발표를 잠정 연기하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갖기로 했다. 사전 지정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덜한 대안이 있는지를 모색하면서 학계와 관련자들을 의견을 더 듣겠다는 것이다.

조 부위원장은 “플랫폼법에 대한 부처 협의는 충분히 이뤄졌고, 상당한 공감대도 형성됐다”면서도 “업계 의견을 반영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지를 더 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초 공정위는 독과점 구조 고착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플랫폼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법을 신속히 제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실제 입법과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안보다 규제 대상이나 강도가 완화되면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공정위는 플랫폼법 추진이 백지화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면서도 업계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을 방안을 찾기 위한 ‘전략적 숨 고르기’”라며 “플랫폼 법 입법 계획 자체는 변함이 없고 사전 지정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원안대로 사전 지정을 포함해 입법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언제 말 바꿀지 몰라” 업계 안심 못해=플랫폼업계는 “처음부터 무리한 정책 추진이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이 또 어떤 방향을 튈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한순간에 뒤집는다는 것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지경”이라면서 “또 언제 바뀔지 몰라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다”고 토로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하는데, 시장 파장이 어마어마한 법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이제야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애초에 국내 플랫폼 시장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플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가 있겠나”라며 “플랫폼법 추진의 신뢰성과 정당성이 이미 훼손됐다”고 말했다. 박세정·양영경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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