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IB 금리 인하 전망 일제히 5~6월로 후퇴
올해 美로의 수출이 韓 성장 변수
중국 경기 회복도 지켜봐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이 3월 기준금리 정책 전환(피벗·pivot)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한국 경제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더 유지하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지면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에 머물를 수 밖에 없다. 또 달러가치 상승은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물가 안정 역시 늦춰질 수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3월을 금리인하 시점으로 선택할 정도의 (물가안정) 확신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0%)으로 지속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책금리를 3월에도 현 수준인 5.25~5.5% 유지로 결정할 것이란 얘기다. 사상 최대인 2.0%포인트로 벌어진 한국(3.50%)과의 금리차도 더 길어질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로 인한 달러가치 상승이다. 실제 파월의장의 매파적 발언 이후 주요 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산정한 미 달러화(DXY) 지수가 0.1% 오르며 강세로 돌아섰고,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4원 소폭 올라 1335.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달러가치 상승은 가까스로 가라앉은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2%로 아직 물가안정 목표(2.0%)와는 거리가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더 올라간다. 환율은 물론 물가에 대한 우려도 놓기 어렵게 됐다.
다만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이같은 연준의 조기 인하 기대 경계를 매파적(금리 긴축 선호)인 것으로 평가했지만 5~6월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다가와도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 경제가 부진하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달러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동안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뉴시스] |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시점 연기에 따른 미국 경기 흐름 및 주요국 경제 회복 속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 상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반등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대 성장에 나서고,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기저효과로 이같은 상반기 성장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한편, 수출 부문에 대해서는 좀 더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소비나 고용이 둔화되면 지난해 수출 반등을 이끌었던 대미수출이 줄 수 있다. 특히 수출 성장을 이끈 자동차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면서도 “반도체와 선박에서 수출 증가가 나타나고 대중 수출이 플러스(+)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16.1% 증가한 107억 달러로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다만 중국으로의 수출이 구조적으로 높은 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점은 지적됐다. 이병태 교수는 “수출 상황을 보면 전세계가 자유무역 기조에서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며 “중국 또한 우리 수출의 엔진이었지만 국산화와 기술 진보를 많이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앞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미국 등의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8시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FOMC에서 연준은 향후 정책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며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위험을 언급하면서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2%)에 안착할 것이라는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