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發 권한쟁의’ 많아진 것이 주요 원인
3건은 국회 절차 두고 여야 갈등 빚은 사안
21대 국회 후반기로 가면서 점점 증가세
“합의 실종된 채 위헌 판단 구하는 것 부적절”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정지 표지판 뒤로 국회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전체 사건 수가 2022년보다 10% 가까이 줄었지만, 국가기관 갈등 문제를 다루는 권한쟁의심판 사건 접수는 2배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 정치권 극한 대립으로 인해 국회발 권한쟁의 청구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어서 ‘정치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면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는 지난해 10건의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접수했다. 전체 사건 접수 건수는 2022년 2829건에서 지난해 2591건으로 줄었는데, 권한쟁의 접수는 같은 기간 5건에서 10건으로 증가해 두 배로 늘었다. 권한쟁의 접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 같은 증가는 ‘국회발 권한쟁의’가 많아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 권한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을 다루는 헌법 사건인데, 여야 갈등으로 인한 권한쟁의 비중과 증가세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헌재가 접수한 권한쟁의 10건 중 국회의원이 ‘청구인’인 사건은 총 4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국회 내 절차를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은 사안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과정 관련 권한쟁의 사건이 각각 헌재로 향했고,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2명 탄핵 절차 관련 권한쟁의도 있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입법과 탄핵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관련 절차를 문제삼은 사건이다.
2021년 헌재가 접수한 전체 권한쟁의 사건이 2건뿐이고 국회 관련 사안이 없었는데, 지난해의 경우 국회 절차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인한 권한쟁의 접수가 2021년 헌재의 전체 권한쟁의 접수보다도 많았던 것이다. 21대 국회 후반기로 가면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는 상황이 헌재 권한쟁의 통계로도 나타난 셈이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권한쟁의 청구를 검토 중이고, 쟁점 법안 처리 관련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21대 국회 종료 전 권한쟁의 사건은 더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정치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헤럴드경제에 “권한쟁의가 늘어났다는 것은 정치가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고 정치가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문제가 된 사건들이) 전부 한쪽이 일방적 통과를 시키거나 정당한 국회 절차에 의해 통과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사법적 다툼이 발생한 사안들이지 않나”라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일을 헌재 판단으로 하다 보니 대결적 정치가 계속되고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헌법 전문가인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국회는 합의제 기관으로 설계된 대의기관”이라며 “합의가 실종된 채로 위헌·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헌재에 권한쟁의를 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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