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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투자 부진, PF 압박에도…기준금리, 하반기는 돼야 내린다
PF부실·경기부진 금리 인하요인
물가 여전히 3%대, 인플레 압력 여전
서울의 한 은행 앞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다시 기준금리를 3.5%에 묶어뒀지만, 기존 ‘긴축적 동결’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진한 경기와 태영건설로 위험이 부각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등을 감안하면 금리는 이제 내릴 명분이 두터워졌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금리차도 2%포인트나 벌어진 만큼, 인하 시점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일단 금리를 묶어두고 물가와 가계빚 등 시장상황, 그리고 미국 통화정책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인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 인하는 하반기가 돼야 이뤄질 전망이다.

물가, 아직 금리 내리긴 이르다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안정’임을 감안하면 금리인하는 아직 시기상조다. 자칫 이른 시점에 금리를 내리면 간신히 둔화하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물가는 3%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3.2% 올라 전월(3.3%)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농산물 등의 가격 둔화 흐름이 다소 더디다. 농산물 가격이 15.7% 오르면서 농·축·수산물 물가는 7.7% 올랐다. 이달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2021년 4월(1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월별 물가상승률은 1월 5.0%에서 계속 낮아져 6월(2.7%)과 7월(2.4%)에는 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8월에 3.4%로 올라선 이후 9월 3.7%, 10월 3.8%, 11월 3.3%, 12월 3.2% 등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선 (금리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가 돼야 금리 인하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비교적 완화적 정책을 써왔다고 봐야 하고, 이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잠재한 임금 요인 등이 가세해 또 다시 어려운 한 해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나 PF는 그것 나름으로 관리해야 하고, 금리로 경기를 관리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를 비롯한 부동산 PF 위험도 당장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영건설과 같은 가시적 PF 문제와 잠재적으로 상존하는 PF 위험이 존재하지만, 미시적 부동산 PF 문제가 거시경제 전체 리스크(위험)로 전환될 가능성은 작다”며 “따라서 기준금리 결정에 부동산 PF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금리 충분히 내려야 우리도 인하할 수 있어

미국 기준금리가 5.25~5.5%로 여전히 우리보다 2%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이 1%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빅컷’에 나서도 여전히 금리가 역전된 상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가 충분히 내려와야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면서 “2분기는 어렵고, 3분기를 가봐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금리를 1%포인트 내려도 4.5%로 우리나라 금리보다 높지 않느냐”며 “그런 상태서 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물가를 관리하기 매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요 투자은행(IB) 별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갈리고 있다. 3분기 이후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는 반면, 2분기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3분기와 4분기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내년에도 0.5%포인트를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시장 기대보다는 늦게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본 것이다. 씨티는 JP모건과 비슷한 시각을 가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올 10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갈수록 고조되는 부동산PF 대출 부실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부동산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선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2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를 인하하는 데 이어 내년 중에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5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현재 3.50%에서 2.50%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 6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며 “한은은 미 연준보다 빨리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수출은 반등에 나섰지만 내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달 9개월 만에 내수 둔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데 이어 이달에도 연속으로 소비·투자 둔화를 경기흐름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1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모두 둔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 완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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