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거부권 건의 여부 “지켜봐 달라”
野, 명분 없는 거부권 여론전
홍익표 “진상규명 첫 발, 국민이 이긴 것”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상정된 가운데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박상현 기자] 여야 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놓고 여야의 ‘정치 셈법’이 복잡한 형국이다. 특별법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강행 처리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유가족의 뜻을 앞세운 여론전으로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맞불을 놓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나와 피케팅을 하던 중 규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표결에 불참하면서 특별법에 대한 당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거부권을 건의하는 방안을 두고서는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날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당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오늘 그 얘기를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조금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특별법에 대해 신속히 거부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쌍특검법안(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다시 거부권 카드를 꺼내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
총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여론 동향을 당과 긴밀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 여론이 많았던 쌍특검법과 마찬가지로 특별법 역시 국가적 재난이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 정서에 반할 수 있다.
한 재선의 국민의힘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아무리 법적, 정책적으로 불합리한 법안이라고 주장을 해도 국민 정서와 맞지 않을 경우 부정적 여론이 압도할 수 있다”며 “다수의 사망자와 그 유족들이 있는 사안에 논리보다는 감정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깎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이번 특별법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반영해 수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부각 시키고 있다. 당초 야당 법안에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특검 관련 규정 등을 수정했다. 특별법의 시행 날짜도 4월 10일로 미뤄 ‘총선용 특별법’이라는 여권의 비판도 어느정도 수용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특별법의 경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불가피한 강행 처리의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슬픔과 고통 속에서 1년 넘는 시간을 기다려준 유가족, 생존자 분들께 매우 송구하고 늦었지만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며 “결국 국민이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47명이 전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특별법 의결 과정을 지켜봤다는 점도 민주당의 강행처리 명분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전날 본회의에서 여당 소속 가운데 유일하게 특별법 반대 토론에 나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유가족들은 “조사했다는데, 조사를 안 하지 않았느냐”라며 오열했고, 다른 유가족들은 “양심이 죽었다”며 항의했다.
보수 성향의 시사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권이)정치적인 책임을 안 지다 보니까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내세운 것”이라며 “국민의힘 쪽에서 무조건 (특별법을)막고 현 정권으로 불똥이 튀는 거를 방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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