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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경쟁서 밀리면 문화·역사까지 빼앗길 수 있다”
이광형 KAIST 총장 신년인터뷰
AI 독자기술 확보, 선택 아닌 필수

“AI(인공지능)는 인류의 정신세계까지 영향을 끼칠 도구로, 불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이다.”

불은 인류의 가장 큰 발명으로 꼽힌다. 열과 빛을 알게 되고, 음식을 요리하며, 인류 생존을 보장할 무기를 얻는다. 인류의 삶 자체가 불의 발명 전후로 나뉠 정도다. ▶관련기사 2·3면

이광형(사진) KAIST 총장은 지난 12월 27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헤럴드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AI를 불에 비견했다. “불처럼 인류의 삶 자체를 바꿀 도구”라고 단언했다. AI는 도구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AI 기술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단언했다. 미국, 중국의 양자 AI 패권 경쟁을 한국이 주도하는 ‘제3의 AI 연대’로 돌파하자고 제안했다.

이 총장은 “AI를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이자 문화라고 봐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껏 인류가 수많은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 기술이 인간의 정신세계까지 영향을 주진 못했다”며 “AI는 인류의 정신세계에도 영향을 줄 색다른 도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북아 지역을 예로 들었다. 일본과는 독도가, 중국과는 동북공정이 걸려 있다. 향후 챗GPT가 일본이나 중국에 유리한 답을 내놓게 되면, 결국 그 여파로 한국의 역사까지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단순히 기술이나 경제에서 낙오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 역사까지도 뺏길 수 있다는 게 이 총장의 우려다. 그는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개발은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양자 대결 구도로 AI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 총장은 여기에 한국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자본 ▷시장을 AI 경쟁력의 3대 요소로 꼽으며 “우리나라가 자본은 부족한 편이지만 기술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 시장 역시 미주나 유럽, 중국 등을 제외한 동남아, 아랍권 등과 연계한다면 새로운 시장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총장은 이 시장을 ‘제3의 AI 세계’라고 규정했다.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와 인도, 아랍권 등을 아우르는 시장이다. 이 총장은 “기술이 있지만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돼 있는 게 바로 한국”이라며 “한국 주도의 AI 연대가 가능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일본, 인도, 아랍권 등과 연대해 리더십을 공유하는, 한국이 주도하는 ‘제3의 AI 연대’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AI 시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감소다. 여러 연구 기관에선 AI 발전에 따라 운전자, 농부, 출판업 종사자, 계산원 등 직업의 약 47%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AI 발전으로 지구 상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지만 AI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국가는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예로 들었다. 과거 스마트폰 등장 이후 카메라, 내비게이션, 녹음기 등이 일순간 사양산업이 됐고, 이와 관련된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하지만 국내로 한정해보면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폰 강국인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서비스 산업 호황 등으로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것.

AI 산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그는 “AI 선진국에선 일자리가 늘어나고 AI후진국에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그는 “40년 전 우리나라가 자동차나 조선업에 투자했듯 이젠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20년 후를 상상해보면 반도체보다 AI가 훨씬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수 AI 업체를 국가전략산업체로 선정, 육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2개 업체를 선정, 5년간 1조원을 투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도 했다.

이 총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바로 AI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며 “AI는 더이상 기술이 아니다. 하나의 국가이고 문화이며, 이런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 정부도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구본혁·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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