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허은아·이기인도 탈당할듯…김용태는 잔류
일부 수도권 당협·현역과 소통…창당 실무 사실상 완료
불안한 與 수도권 “한동훈, 이준석-유승민 만나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예고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 여부를 결정하고, 탈당 시 본격적으로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 내겠다고 앞서 밝혀 왔다. ‘천아용인’을 비롯해 여권 일부 인사들도 동반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출범을 앞둔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공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비윤계 인사들을 끌어안는 통합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 측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와) 이 전 대표의 거취는 크게 관계가 없다”며 “현재로선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 역시 “이제 와 (이 전 대표가) 물러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했다. 12년 전 12월27일은 이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날이다. 그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에 최연소 위원(당시 26세)으로 합류했다.
일명 ‘이준석 신당’을 창당하기 위한 실무작업은 사실상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창당발기인 성격의 연락망에는 6만여명이 참여했으며, 정당법상 신당 설립을 위해 필요한 중앙당 및 5개 시·도당도 확보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22일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신당 당명은 가칭 ‘개혁신당’으로 하고 본 창당 시 사용할 이름도 정했다”며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신당의 가치와 가장 부합하고,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를 골라 (총선 때) 출마하려고 한다”며 과거 3차례나 고배를 마신 노원구 출마 가능성도 열어 놨다.
(왼쪽부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 [연합] |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 인사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비례),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도 탈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바른정당 출신 여권 인사들, 일부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이 신당과 관련해 이 전 대표 측과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역시 여야를 불문하고 다수의 현역 의원들과 신당과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며 ‘신구조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비윤계에서 대선주자급으로 손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신당 합류 여부도 관심사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기인 의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 라이브 방송에서 “저희가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 혹은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 중 연락을 드려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아용인’ 중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최근 국민의힘 잔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당 내에서 혁신을 하고, 당 내에 남는 것이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다양성을 제 스스로 한번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수도권 중심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 전 대표의 탈당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인천의 4선 윤상현 의원, 내년 총선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부산의 3선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하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를 향해 “한 장관이 이 전 대표나 유 전 의원도 만나야 한다”고 주문하며, 비대위에 천아용인을 비롯한 1970~1990년대 출생 청년 정치인들을 대거 등용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27일 바로 신당을 창당하는 게 아니다”라며 “탈당을 하더라도 당(국민의힘) 쇄신 수위에 따라 마음을 돌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불안감은 현 정부·여당을 떠난 수도권의 보수 민심에 기인한다. 윤석열 정부 3년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중간 평가’ 성격이 큰데,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에 갇힌 형국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가장 큰 격차가 확인되는 곳이다. 20대 대선 직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역별 지지율은 서울 43%, 경기·인천 50%(한국갤럽 2022년 3월7일, 응답률 17.3%)에 달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서울 29%, 인천·경기 32%(한국갤럽 2023년 12월2주차, 응답률 13.2%)로 줄었다(인용된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는 이 전 대표 탈당에 대한 반응을 자제해 왔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준석 신당이) 타격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러한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26일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공식화한 뒤, 한 전 장관을 필두로 한 당 쇄신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영남권의 또 다른 의원은 “한동훈 전 장관은 정치권 공식을 거부하는 새 정치의 상징적 인물”이라며 “한동훈 비대위가 쇄신에 성공한다면 수도권 민심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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