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진 후엔 아껴도 소용없어”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나선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원로들도 20일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 방안에 사실상 뜻을 모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새 지도 체제 구성과 관련한 원로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 권한대행과 이만희 사무총장,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장동혁 원내대변인, 김민수 대변인이 참석했다. 상임고문단 자격으로 신영균 명예회장을 비롯해 황우여·문희·최병국·신경식·목요상·김종하·김동욱·김용갑·이윤성·나오연·유흥수·유준상·권철현 고문 등이 함께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 원로 대부분은 ‘한동훈 비대위’에 찬성했다. 아울러 임진왜란 당시 영웅 이순신 장군을 사례로 들며, 장수를 아껴 쓰려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거의 이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상임고문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이 남았는데도 그걸 이끌고 승리했다”며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그런 식으로 등판해 승리로 이끌어 나가야지, 선거에서 진 다음에는 아껴서 무엇하느냐”고 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훌륭한 국민의힘 자산인데 조기에 등판해서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당에서 결정하고 윤 대통령도 한 장관과 호흡이 맞는다면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날 간담회에선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 ‘수직적 당정관계 강화’ 등에 대한 일부 원로들의 우려도 나왔다. 다만, 이같은 우려가 ‘한동훈 불가론’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검찰 독재,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에 대한) 문제, 일반 서민 대중들의 편이 돼주는 느낌을 줄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게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안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걱정하는 얘기도 있었지만, ‘사회가 급격히 변하는 마당에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겠느냐.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신뢰 관계가 있기에 오히려 더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윤 권한대행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실상 의견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 이제 여러 고민과 숙고를 해 판단하겠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되고 나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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