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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간제 담임 사망 조사하니…학급 다툼 해결하다 학부모 협박 시달렸다
서울교육청, 기간제 담임 사망 조사
학급 다툼 중재중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 협박
우울증 진단 받고 끝내 극단적 선택
“학교 방관과 지원 시스템 부재 원인”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인 지난 9월 4일, 한 학생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추모글을 붙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초등학교 담임을 맡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기간제 교사가 학급 내 다툼을 조율하다 학부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 협박을 당했던 것으로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이 사건 직후 우울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왔다.

15일 서울시교육청과 A씨 유가족 및 법률대리인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교사 A씨 사망 사건에 대한 경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내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뒤 지난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기간제 교사 A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기간제 교사 A씨는 부임 첫 해인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한 사립초등학교 담임으로 근무했다.

A씨 유족은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서울시교육청 기자회견장을 찾아 A씨 역시 서이초 교사와 비슷한 고통을 겪다 사망했다고 호소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공익제보센터에 민원을 이첩해 사전조사 및 해당 초등학교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병원진료 및 상담기록, 학부모 면담 기록, 업무수첩 메모 등을 확보했으며 A씨 휴대전화를 통해 학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검토했다.

A씨 사망 원인이 된 직접적 사건은 같은 학급에서 발생한 다툼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A씨가 이를 조율하던 중 민원과 협박에 노출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일 학급에서 4명의 학생들 사이 다툼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문의와 항의를 받았다. 이에 A씨는 경위를 알리는 차원에서 갈등 상황 당시를 재연하는 ‘동영상’을 학생들로 하여금 찍게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 말이 다르니 객관적인 상황을 찍어 갈등을 해소하려 했던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직후 서이초등학교 앞. 임세준 기자

A씨는 이 동영상을 학부모들에게 보낸 직후 협박 및 폭언을 받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A씨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의뢰한 결과 A씨가 이 동영상을 빌미로 한 학부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들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일간 학부모들로부터 A씨가 집중적으로 민원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사건 직후인 지난해 6월 9일 A씨는 정신과를 방문해 해당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망인이 학교 측의 방관과 지원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이 가중돼 끝내 업무상 질병을 얻었으며, 해당 질병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담임으로 근무하던 기간 초과근무를 빈번하게 해온 것으로도 나타났다. 당시 A씨 휴대전화는 학부모들에게 공개된 상태로, 이는 A씨가 학부모 항의성 민원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원인이 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A씨가) 빈번한 초과근무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주말과 퇴근 후 야간에도 담임으로서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을 개인 휴대전화와 문자로 직접 받으며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고 말했다.

A씨 유족은 A씨에 협박성 발언을 한 특정 학부모를 상대로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또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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