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폭 ‘1~1.75%P’ 시각차
미국 고용 시장이 다소 냉정을 되찾고 인플레이션도 하락세를 유지하는 등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6월에야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인하 폭에 대해서는 시각 차를 드러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6일 머니마켓 트레이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바탕으로 연준의 첫 번째 금리 인하가 내년 6월부터 이뤄져, 내년 말까지 총 금리 인하 폭이 1%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조사에서 트레이더들은 3월부터 긴축 완화가 시작될 가능성을 60%로 보고 내년에 금리가 1.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3월에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은 50% 미만에 그쳤다.
이처럼 시장이 금리 인하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늦춰잡고 있는 것은 최근 발표된 고용시장 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나고, 경제 곳곳에서 연착륙 신호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11월 일자리 보고서에서 실업률은 10월의 3.9%에서 3.7%로 떨어졌고 급여 증가는 견고하게 유지되는 등 경기 위축의 조짐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전체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기관 별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내년 총 금리 인하 폭을 1.25%포인트로 제시했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내년 6월부터 금리를 1.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린지 피에그자 스티펠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경로에는 여러가지 역풍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연준은 아직도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전문가 전망을 바탕으로 연준이 오는 12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향후 금리 변화 추이를 예상하는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인하 폭을 0.5%포인트로 제시하는 등 보수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12월 점도표가 연준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통화 정책의 전환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될 것이라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근거가 ‘인플레이션 둔화’일 경우 금리 인하 시기가 늦고 인하 폭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겠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면 이른 시기에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이사회 선임 고문을 역임했던 엘렌 미드 듀크대학교 교수는 “연준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를 시장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데는 위험과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재정상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미묘한 시기”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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