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 영향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판교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30대 김모씨는 최근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매일 부동산 가격만 검색하고 있다. 판교 출퇴근과 저축액, 대출 수준을 고려해 신분당선에 역이 있는 수지쪽 구축 단지를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세전 1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아도 아직 수중에 쥔 현금은 넉넉치 않은데, 소득 제한이 없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까지 중단돼 ‘급매물’만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부동산 시장 이상기류 속 갈팡질팡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잠깐의 반등 이후 다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지역별로 집값 희비가 벌어지자 관망세가 짙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인 차주가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고,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며 집 살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리며 아파트 매수세는 확실히 사그라든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4만746건) 이후 한번도 월 4만건을 못넘겼다. 10월에는 3만5455건으로 하반기 들어 최저 수준이었다. 서울만 봐도 지난 10월 거래량이 2314건에 그쳤다. 서울은 올해 초까지 급매물만 나가다가 정부의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거래량이 3000건을 넘어섰는데, 다시 급매물만 팔리는 분위기로 돌아오며 2000건대로 주저앉았다.
실제 매수심리 지표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12월 첫째주(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9로 지난주(88.1)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10월 셋째주(90.2) 이후 7주 연속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수도권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최근 실거래 사례를 보면 서울에서도 수억원씩 빠진 급매 거래가 잇따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59㎡는 지난달 16일 12억원(3층)에 팔렸다. 이는 같은 달 4일 이뤄진 직전 거래 가격(17억원·22층) 대비 무려 5억원이나 빠진 수준이다. 2021년 기록한 최고 가격 18억7000만원(3층)보다는 6억7000만원이나 하락했다.
지난달 14일 강서구 등촌동 ‘등촌아이파크’ 전용 84㎡는 8억700만원(1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 가격(9억4500만원·18층)보다 1억5000만원가량 싸게 팔렸다. 동일 평형 중개 거래 기준 2020년 6월 실거래 가격(7억1000만원·1층)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지난달 18일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전용 59㎡는 9억2000만원(2층)에 손바뀜되며 직전 거래 가격(10억2000만원·17층)보다 1억원 내렸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동산 거래를 촉진시킬 유인이 적어, 급매물만 나가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매수인과 매도인 간 눈높이가 맞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 짙어지고 있다”며 “당장 금리가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연말 비수기에 상승 요인이 딱히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이 호가를 내려야 그나마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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