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고 성실…한국인과 정서 비슷해 장점
몽골 현지 임금 대비 한국서 3배 많이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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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최근 목동으로 이사한 황 모씨는 이삿짐 업체에서 온 직원들이 20대 젊은이들인 것을 보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 안하려 한다던데 의외’라고 생각했다. 황씨는 직원들에게 ‘고생한다’고 말을 붙이고 나서야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과 함께 온 주방 담당 아주머니의 설명 덕분이었다.
9일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E9(비숙련근로자) 비자로 입국한 몽골 국적의 근로자는 이삿짐센터 취업이 불법이다. E9 비자 소지자는 농축산업, 어업, 제조업, 건설업 등에 취업이 가능한데, 이삿짐센터는 취업이 허용되지 않은 업종이다.
다만 이사 업계에서는 몽골인이 없으면 이사업 영위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이사 프랜차이즈업체의 지역 대리점 관계자는 “저희는 인력의 3분의 1이 몽골인”이라며 “이삿짐 나르는 일이 힘들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잘 없는데, 몽골인들이 성실하고 일을 잘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말도 중국인보다도 더 빨리 배우고, 생김새도 비슷하고, 특히 ‘빨리빨리’ 정서가 비슷하다”며 “힘도 세고, 벌써 8년째 같이 일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도 “5톤 트럭 한 대분 이사를 한다고 하면 남자 노동자 3명이 붙는데, 한국인으로만 구성은 어렵다”며 “몽골인이 많이 들어갈수록 예산도 아낄 수 있으니 고려해보라”고 안내했다.
몽골인이 이사업계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들보다도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인천에서 이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우리 회사도 외국인 노동자 몇몇이 있는데, 가정집 이사는 한국인이랑 몽골인만 보낸다”며 “아무래도 외모부터 외국인 티가 나면 자기 집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좀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A씨는 “사무실 이사 같은 경우에는 거의 전부다 외국인으로만 보낸다”며 “쓸 수 있는 인력 자체가 한국인은 최소 40대 후반부터인데 외국인 근로자는 20대부터다. 예컨대 한국인 아저씨 3명이 할 일을 몽골 친구 2명이 하는 식”고 설명했다.
몽골의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약 300만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광역시 또는 인천광역시의 인구가 몽골 전체의 인구인 셈이다. 몽골 인구가 300만 수준인 데 반해 한국에 입국한 몽골 노동자 규모는 5만3000명(2022년 12월기준)이나 된다. 몽골 전체 인구의 약 2%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많은 몽골인들이 한국 취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현지 임금 대비 한국에서의 임금 수준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파주에서 인쇄업체 공장을 운영하며 몽골인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1년 일하면 몽골에서 3년 일해서 벌 돈을 버니까 굉장히 성실하게 일한다”며 “비자 3년 만료되면 다시 몽골 들어가서 좀 쉬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오는 식으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외국인노동자가 떠받치는 인력 구조는 이미 현장에선 고착화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16만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를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결정, 그동안 취업 허용을 안 했던 식당 종업원 자리도 외국인에 개방하기로 했다. 향후 이삿짐업체 취업도 정식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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