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 고재우 기자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장 발언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우봉식 원장이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비판하던 중 책임 소재를 엉뚱하게 젊은 엄마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결국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나섰다. 이들은 “꼰대스럽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라며 격한 어조로 우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우 원장은 최근 의사협회의 계간 의료정책포럼 시론에서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의사회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의사협회의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장인 우 원장이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소아과 오픈런 상태의 원인을 젊은 엄마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다분히 아이 키우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꼰대스럽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라며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또래 엄마들을 만나서 동질감과 정서적 공감을 얻고, 아이 키우는 데 힘을 덥고 스트레스가 풀린 상태로 퇴근한 남편을 맞이하는 게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 없는 입장 표명 요청에 숨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며 “국민 공감을 하나라도 더 얻어도 시원찮을 중요한 시점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의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잃게 한 우 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임 회장은 소아과 오픈런 등 소아의료 인프라 붕괴의 원인으로 낮은 진찰료에 의존하는 수입 구조, 이로 인한 전공의 등 의사 감소, 의료분쟁으로 인한 부담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 육아시스템을 도입한 스웨덴 사례를 언급하며 “의료정책연구원장이라면 이런 제도를 도입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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